30년만에 첫시집을 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탈한 출판기념회가 되었다.
시감상)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귀를 파며 나이를 먹었다
노구로 하는 혼자 노는 재미
술 마시고 출렁이다 자맥질하는 깊이
갈리는 길에서 주춤한다
결국 깃대봉에서 만나는 일
많았던 길이 줄어들었다
구멍만큼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예약 같은 안부
보자는 기댐
길이 많아졌다 듬성한 짐승들
구멍만큼 시원한 바람 울기까지
접시 같은 길 내겐 움푹 파인 길
과음이 슬픔이라면, 꽃이 피는 거라면,
깃대봉에 오르는 거라면
언약은 맹세라서 성 같은 빗물일까
문 앞에 신발 네 켤레 새벽 다섯 시
슬그머니 산길 나가면서
씽크대에 그득한 설거지가
신발이 명치에 걸린다
저울에 마음을 잰다
버스를 타고 유원아파트 지난다
구 터미널 전 호세요양벼원
식은 노구를 시립병원으로
운구하던 곳 지난다 지나가는 일
동인천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하루의 새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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