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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읽기-유계자[오래오래오래]

by 정령시인 2020. 3. 9.

 

 

 

구멍

 

 

 

구멍 뚫린 현수막과

구멍 없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바람은 바람의 일을 하고

현수막은 현수막의 일을 하는데

 

구멍 없는 현수막은 조그만 바람에도 흔들리고

구멍 뚫린 현수막은 체념처럼 달관처럼

바람아 어서 지나가시라 한다

 

나이 든 느티나무 사이로도

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몇 개의 구멍을 더 뚫어야

구멍 뚫린 현수막처럼

앞산을 편히 바라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