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새벽에 읽었다.
시적 정체성,
부재의 언어적 혼란,
사유의 반란,
활자들의 결핍으로 인한 내적 자유의지로
말미암아
온통 붉은 징후가 가득하다.
시감상)
헛간에는 핫헛한 것들이 모여 산다
시들해진 햇살이
소리 없이 삭아 내리고
먼지 냄새들이 떠돌아다니는 곳
구석마다 얼룩 호랑거미
얼기설기 거미줄을 걸쳐 놓는 곳
터진 벽 사이로 빛바랜 시간은 더디게 지나가고
기댈 곳 없어 소란한 안쪽의 부서커림은
어둔 방의 기억들
헛것들의 웅얼거리는 소리
나무판 벽 틈으로
별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했지
살아가는 동안 따뜻하게 만져지는 제 목숨 다하고
황망히 빠져나간 허물이 천정으로 길을 낼 때
하얗게 버석거리는 대궁을 빠져나와
팔 다리 얼굴 속으로
슬금슬금 달아나는 둥근 빛살
겹겹이 쌓인 허물을 털어내고 싶은
목 놓아 버리고 싶은 통점들이
매잘린 텅 텅 빈 헛간에는
허물어져 가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서
헛헛한 것들이 되기 위해 서로의 빈 몸을 파고들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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