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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책

시집읽기-박미현[그리하여 결핍이라 할까]

by 정령시인 2020. 11. 17.


시인의 언어는 사유가 담긴 비유적 표현이고,
시인의 사유는 낯설게 보기에서 시작하는 비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의 시들은 비유와 상징의 낯설기보다 자유분방한 직접적인 사유와 자유로운 표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훨씬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오늘 읽은 박미현시인의 집이 그렇다.
세상과 투쟁하며, 인간의 삶과 고뇌를 진솔하게 옆에서 대화하듯이 혹은 고민을 털어놓듯이 또는 격없이 말하는 듯이 가감없이 표현해 놓았다. 망자를 대하는 듯 저녁을 맞이하고, 임종을 고하는 듯 자연을 대하는 시인의 시각이 닿는 곳에서 시인의 눈에 포착된 모든 사물과 자연이, 사람들이 옥신각신 투쟁하며 인생을 뜨겁게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시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모습일 뿐 아니라 우리의 지난한 삶의 참모습을 말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고스란히 대변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시감상)



허리 병을 되게 앓고 난 후
허리를 모시며 산다

몸이 생활의 중심이 된 지 오래
틈만 나면 허리를 모시느라
이젠 몸의 하수인이 된 셈

몸을 피할 순 없는 일
배반할 수도 없는 일

찬찬히 생의 거죽을 벗겨본다

무성한 뒤척임들
실은 신음이랄 수밖에 없는

그러나 또 어쩌겠는가
살아있다는 이 생생한 증거를

*나도 허리를 심하게 앓은 사람이라 십분 공감하게 되는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