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미천한 나를 기억하시고
제자에게 주소를 물어 보내주신 귀한 시집이다.
연세가 낼모레 팔순이 되신다고
여적에도 남기셨듯, 남은 2년동안에도 절필이 될지도모른다는 먹먹한 말씀과 함께 들어 와 ,
한 자 한 자 귀하게 눈여겨 읽으며 감복하게 했다.
선생님께서는 여적에, ㅡ 시는 나의 살아가는 푸념이고 때로는 간절한 염원이고 사랑이었으며, 슬픔이고 고백이었다. 시학이고 종교였다.ㅡ 라고 하신 것처럼
진솔하게 꾸미지않고 잔잔한 검동으로 시집을 다 채우셨다.
시는 시인과 소재가 하나가 되도록 몰두해야 좋은 시가 나온다고 미당에게 배운 바대로 잘 실천하시며,
몸소 시를 배우는 우리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말씀하시는 내용 모두가 꾹꾹 가슴에 와 박혔다.
오래도록 이 감동이 머물길 기대한다.
시감상)
초록나무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서는
네 것과 내 것이라는 경계로 돌담을 쌓기도 하지만
그 돌담이 바람을 막아주어 농작물을 보호하듯이
우리네 사는 집과 집 사이에는 담이 있어
서로의 경계를 이루며 살아가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내와 나 사이에,
같은 핏줄이 흐른다는 자식과 나 사이에도
벽 같은 담이 있다.
비록 금이 간 사이처럼 보이는 경계이지만
때로는 그것으로 서로 다른 벽을 쌓고
그 차이로 보다 나은 데로 가기도 하나니.
그 구별을 어찌 나쁘다고만 하랴.
나는 그 모든 경계 사이에 돌 대신
나무를 심고 살고 싶다.
나무들의 뿌리처럼 지상에 터 잡고
초록으로 경계의 담을 만들어
그 잎과 잎 사이로 바람이 소통하게 하고
때로는 다투는 소리조차도 초록 노래가 되는
내 가난한 경계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초록으로 흔들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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