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시로 노래를 할 때
빛이 나고
자꾸 생성이 되고
찬란하게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며 감돈다.
ㅡ 시인은 봄날을 건너간다. 그러나 찬란하지 않은 봄날을 찬란하게 사라지는 시간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떠나가지만 아니 떠나가기에 우리의 삶은 여전히 찬란함을 안다. ㅡ 전해수 시해설 중에서
라고 한 것처럼
유현숙시인은 사람들의 슬픔과 소멸을 비롯한
수많은 감정들을 시의 언어들로
봄이 다시 오듯
생성이라는 바람속에 찬란히
빛나도록 마법을 부린듯
새록새록 스며들게 하고 있다.
슬프면 슬픈대로
눈물이 나면 눈물이 나는 대로
따라 흘리게 된다.
시감상)
한하운을 읽는 밤
1
오래되고 얇은 보리피리다
초록은 짙고 해당화꽃잎이 바람에 부서지는 남도
한 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는
한 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는
가고 없는 시인의 고백에는
그가 방랑한 몇 바퀴의 산하가 있다
1987년 발간된 단행본에는 누덕 진 옷에 깡통을 든 삽화가 고백보다 더 처절한 자화상인데
황톳길 넘어가는 저녁놀은
장腸이 뒤집힐 만큼 붉고 곱기만 하다
머리를 긁다 보니 간밤 얼었던 손가락 한 마디가
툭 떨어져 나가더라는 남자
살아내는 일이 이토록 높고 슬픈가
떨어져 나가지도않은 내 손마디를
지혈하듯 움켜잡고
바닥에 고인 한 빛깔을 들추어 읽는다
2
얼어 떨어진 손가락 마디를 주워 들고 남자는 지금도 어느 산하를 떠도는지
3
황톳길 너머 하늘이 붉어지는 동안
발가락 두 마디가 자갈길에 파묻히는 동안
까막귀가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동안
이 붉은 길이 다 닳는 동안
별 뜨는 서쪽으로 다가앉는 동안
풍화되고 뭉개진 마애불이 된 남자
비우지 못한 한 단락 기도를 제 몸 빈자리에
장엄하게 자문刺文하고 있는지
4
누가 누구를
무엇이 무엇을
한 줄의 문장으로 단정할 수 있겠는지
Tip)
이 시는 내가 고등학교다닐 때
만난 한하운시선집을 읽었을 때
느꼈던 절절한 아픔이 고스란히 배이는 것같아서
또 느끼며 새겨 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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