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가정식 백반
안성덕
식탁마다 두 서넛씩 둘러앉고
외다로이 외톨박이 하나,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내와 나를
반 어거지로 짝 맞춰 앉힌다
놓친 끼니때라 더러 빈자리가 보이는데도
참, 상술 한 번 기차다
소문난 게 야박한 인심인가 싶다가
의지가지없는 타관에서
제 식구 아닌 낯선 아낙이 퍼주는 밥을
꾸여꾸역 우겨넣으며
울컥 목이 멀지도 모를 심사를
헤아린 성싶다고 자위해본다
정읍 시외버스터널 뒷골목 소문난 밥집
어머니뻘 늙은 안주인의 속내가
집밥 같다
잘 띄운 청국장 뚝배기처럼 깊고
고등어조림의 무 조각처럼 달다
달그락달그락,
겸상한 두 사내의 뻘쭘한 밥숟가락 소리
삼 년 묵은 갓김치가 코끝을 문득
톡, 쏜다
시감상)
예전 진짜 소문난 식당에 줄서서 기다렸다가
주인이 앉으라는대로 겸상한 생각이 문득 떠오르며,
그 집의 맛 보다는 주인과 그 마주한 손님의 배려가 무언가 가슴 속에서 뜨겁게 올라와 싹싹 깨끗이 비우고 온 기억이 새롭다.
맛도 맛이지만 요즘같은 개인이기주의가 난무한 시절에 겸상을 하도록 허락해준 손님이나 주인의 발 빠른 관심이 고마운 곳이었다.
이 시도 세상 인심을 잘 포착하여 아직은 이 세상이 따뜻한 곳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영하를 웃도는 오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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