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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시감상/김이듬

by 정령시인 2024. 4. 12.

적도 될 수 없는 사이



극장에서 나왔을 땐 이월이었다
저녁이었다
홍대 앞이었다
청년들이 많았다
리어카에 막걸리를 가득 싣고 가는 아저씨가 있었다
여전한 것은 안도감을 주었다
콜센터로 현장실습 나갔다가 자살한 여고생의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며 걸었다
근로기준법과 정치에 관해서도
나는 배두나가 좋았다
우리는 비슷한 검정 외투를 입고 있었다
밥을 주문하고는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낱낱이 보지 않고 대충 얼버무려 짐작했을 뿐
그사이 우리는 정치적 입장을 말해보지 않았다는 것울 알았다
차이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이리석은 어른처럼 골었다
싸장면 소스에서 바퀴벌레 반쪽을 발견했다
한 그릇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찌그러진 양동이만한 마음의 검은 소스를 휘저어보면 컴컴한 심연 도처에 우글거리는
안에서 나는 끌려 나왔다




-김이듬 시집[투명한 것 과 없는 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