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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커피프린스1호점] 섬세한 연출이 살려낸 은찬과 한결의 연애史

by 정령시인 2007. 8. 21.

여태껏 연애하는 당사자의 모습에 이렇게 카메라를 들이댄 경우가 있었던가

숱한 드라마에서 사랑을 다룰 때 당사자들은 사랑해서 행복한 시간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에 이별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그런 장치를 통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사랑하고 있음을 말했었다. '얘들이 이렇게 힘든대도 사랑한대'라고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문제는 정작 당사자들에게 둘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one of them 중에 하나라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외계인이든, 내가 끌린다는데, / 지금 내 상황은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사장이 좋은 걸 어떡하나, 그냥 좋아하자' 이런 셈이다.

 

그래서 그들은 알콩달콩 연애하고 투닥투닥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열광했다. 자신들이 연애하던 모습이 새록새록 생각났기 때문이리라.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던 근자의 드라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그 드라마에도 불치병 삼각관계 등의 코드는 나오지만, 희진(정려원)은 불치병을 치료하고 나서 정정당당하게 삼순이와 같은 입장에서 사랑을 논했고, 진부한 삼각관계는 여자라면 다 느끼는 얘기지만 깔끔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커피프린스의 어떤 모습이 여타 드라마와 달랐는지,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은 무엇인지 14회를 중심으로 장면 장면을 찾아보려고 한다. 대본과 함께 보면 볼수록 연출가의 섬세한 연출력에 감탄하게 됐던 <커피프린스1호점> 은찬과 한결의 연애 세계로 고고고~

 

14-1 두 줄 여운도 길게

한 결 :(소심하게) 가자

은찬: 탄자니아 더블 A 스노우탑.

; 은찬과 데이트하고 싶은 한결은 배달을 핑계삼아 은찬을 빼내려는데, 열공중인 은찬 마냥 커피 공부에 한창이다. 그런 은찬이 예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기 맘을 몰라줘서 속상하기도 한 한결. 단 두 줄의 이 장면은 이윤정 피디의 연출이 가다듬으면서 두 연기자의 시선처리가 풍부해진 결과를 낳았고, 덕분에 두 줄의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14-2 질투에 대처하는 한결의 자세

한 결 : 얼마나 자주 왔으면, 테리가 다 알아보냐 야, 너 한성형 집에 몇 번이나 왔어! 

은 찬 : 어..그게..한... 백..이십 번?

한 결 : ?!

은 찬 : 아니다, 백삼십 번쯤 되겠다? 

한 결 : 뭐? 너 뭐야. 진짜야?

은 찬 : 네.

한 결 : 뭐, 네?

은 찬 : 으이그, 여기가 내 구역이었다구요. 우유배달!

           질투를 너무 하는 거지?

한 결 : 야, 질투는 누가.. 너 이 자식, 왜 우리 은찬이한테 꼬리쳐.

          너 수컷이지! 자식이 말이야...

; 말 못하는 테리와의 한판승부, 별 것 아닌것 같은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연인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환기되면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연인들의 질투는 혼자 있을 때 주로 회상하는 장면으로 처리되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질투라는 감정에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시청자는 그들의 애정행각이 마냥 귀여울 수밖에 ㄲㄲㄲ

 

14-3 한성이네 집에서 생긴 일

은찬 : 와인벌컥이며 마시고,

한 결 : 막걸리먹듯...벌컥벌컥(고개저으며, 유주 한성 보며)

        얘가, 내 여자친구야, 나 불쌍하지?

 

; 은찬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한 감정이 반어법으로 표현돼 있다. 이윤정 피디는 연기자가 자유롭게 할 수있도록 분위기를 만든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공유의 저런 연기에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절절하게 담겨있다. 귀여워서 환장하겠다는 저 한결의 표정을 보라.

유주 머리 넘겨주는 모습이 부러운 은찬,

한결에게 머리 후후 불며 애교부리는 모습, 전형적인 연애 초기 모습이다. <커피프린스1호점>에는 이런 연애 초기 연인들의 모습의 결이 세세하게 표현돼 있다.

 

14-4연애하는 모습을 접사로 찍는 느낌


한결 : (어이없는 듯 보다가) 가긴 뭘 가. 

한결, 웃으며 앞서 걸어가는,

은찬, 무안한 듯 보다가 옆에 가서 ‘가자 그래놓고 말 바꾸고, 남자    왜 그렇게 맘이 후딱후딱..’ 하며 툴툴거리는

 

한결이 자기 집에 가자고 운 뗐다가 말 돌리자, 은찬이 조르는 모습. 대사 한두줄로 끝날 수 있는 장면인데, 이런 사소한 일 하나에도 토닥대고 애교부리는 묘사로 숨을 불어넣어 지나칠 수 있는 장면도 물기가 어린다

그런데 지금껏 이런 연애사의 소소한 모습들을 담은 드라마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거. 위기를 딛고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마지막회 펼쳐지거나, 위기를 딛고 나면 마치 연애 10년차 되는 사람들마냥, 이런 얘기들은 거의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커피프린스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연애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접사로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하나하나 결이 살아있어서 사람들은 쉽게 감정이입한다. 이른바 염장질이라는 말을 하며.

특히 대본에서는 은찬이 토라진 정도로 그려지지만 이윤정 피디가 다듬은 뒤에는 은찬이 한결에게 애교부리는 장면으로 커진다.

 

14-5 짧게 짧게 포인트를 주는 연출


한 결 : 오늘 입은 옷? 그거나 유니폼이나,

은 찬 : 꼭 말을 해도, 거 참 입에 칼 물었어요? 

         입만 열었다면 사람을 콱콱 찌르고, 그냥.. 미워죽겠어. 

한 결 : 죽지 마.


; 단 한 줄 “죽지마”는 공유의 은근히 애교섞인 대사처리로 보는 이의 감정몰입을 자극한다. <커피프린스1호점>에는 이런 식으로 짧게 터지는 감정 몰입을 돕는 포인트가 곳곳에 섬세하게 배치돼있다. 그래서 큰 사건없이도 감정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

 

14-6 스킨십 생생한 그들의 연애


은 찬 : (머쓱한, 피하는) 사장님 어릴 때 사진 보니까 좋다....할머니 심심하시겠다. 

         내려가요. 

한 결 : (짐짓 장난스럽게 손으로 막는)

은 찬 : (멈칫, 놀라서 보는)

한 결 : (웃는, 짐짓 느끼하게) 집안에 어른들은 계시고 여자친구와 단 둘이 방에 있는 기분... 이거 디게 자극적이다.

은 찬 : (보는, 주춤하는) 그..그래서요? 

한 결 : (더 바짝 붙으며, 짐짓 장난스럽게 ) 뭘 빼고 그래. 이리와 봐! 

은 찬 : (빤히 보는, 장난인걸 알겠는, 이내 와락 끌어안는)

한 결 : ! (당혹스런, 굳어서 있는) 야, 야, 너..너 지금 뭐하냐? 야, 떨어져! 

은 찬 : (더 끌어안는) 나도 단둘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그니까  우리 이러고 1시간만 있어요! 

한 결 : (당혹스런,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은찬을 끌어 안으려는데)

은 찬 : (올려다보는, 사악한 표정으로)이거 디게 스릴있구나.

한 결 : !

은 찬 : (떨어지며) 겁 먹지 마요. 안 잡아먹으니까. (모자 한결에게 주고 나가는)

한 결 : (어이없는, 심호흡하며) 저걸 그냥!  (털썩 침대에 걸터앉는, 피식 웃는, 조용히)

         니가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건지 알고나 있냐?  아우... 샤월 했는데도, 왜 이렇게 더워. 

 

연인들이 처할 수 있는 긴장감있는 상황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생명력을 불어 넣는 일,

<커피프린스1호점>의 최대 매력이다. 솜사탕 사이사이 뭉개구름을 엿보듯하는 그런 느낌은 그래서 생긴다. 그리고 특히 이 부분은 대본 상에는 한결이 은찬의 손에 든 사진을 뺏어서 보는 것으로 돼 있지만 연출의 힘을, 은찬이 못내 감춘사진을 다시 내밀고, 그 뒤도 두 사람의 떨리는 감정을 포착해 낸다. 여성 작가가 쓴 대본을 여성 피디가 한번 더 여성 입장으로 감싸면서 여자 입장에서 더 설레게 보일만한 포인트로 연출됐다.

 

14-7 생기있는 연출은 이런 것


은 찬 : (속상한, 애써 밝게) 내가 이렇게 생긴 게 죄죠, 뭐.


        은찬, 속상하고 걱정되는, 한결 보며 내리는,

 

; 이 장면은 대본에선 은찬에게 단 한줄의 대사를 허락하지만  실제 방송된 장면에서는 한결이 은찬처럼 '으아' '아우' 소리를 지르고, 둘이 소리 지르다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으로 풍성하게 살아난다. 자칫 납작하고 밋밋해질 수 있는 장면에 숨이 들어가서 부푸는 것과 같다.

 

14-8 밝고 경쾌하게 그려내는 찬과 결의 연애    

한결 은찬에게 등 보이며 앉는

한 결 : (미안한, 가볍게) 업혀 이자식아. 할머니한테 서운한 맘 풀라고 업어주는 거다.

은 찬 : (고마운, 가볍게) 버얼써 풀렸는데,

한 결 : (내릴 듯 하며) 그럼 내려.

은 찬 : (매달리며) 아니, 아니다. 쫌 남았다. 요쪽 맘에 쬐끔..(운한, 짐짓 밝게)

         할머니가요, 첨엔 나 좋아하셨으니까, 쫌 지나면 다시 좋아해   주시겠죠? 아닌가?  

 

한결, 피식 웃으며 은찬 업고 걷는,

은찬, 좋으면서 한 켠 쓸쓸해 한결 꼭 안는,

 

  자칫 슬퍼지거나 가라앉을 수도 있는 분위기라서, 만약 서정적으로 연출했다면 <커프> 연인의 닭살 애정 행각을 부러워만할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거 같다. 그런데 연출가는 이 부분을 가볍게 터치해서 한결 산뜻한 그림으로 바꿔놓는다. '요쪽 맘에 쬐끔'이라는 다소 슬픈 인상의 저 대사는  실제 은찬이 바둥바둥 대며‘아니아니 쪼금 남았다’라고 애교 부리듯 한결의 등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또 은찬을 업고 가는 두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는 서정적인 장면은, 등 위에 은찬을 업은 채로 장난을 치거나, 또 아픈 척하며 은찬을 내려놓고 술래잡기 하며 투닥대는 모습으로 생기있게 살아났다. 바로 이런 점이 드라마의 동화적 분위기를 살린다. 여기에 <커프> 특유의 섬세한 음악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사람들은 <커프>의 두 연인에 푸욱 빠져들게 되는 것.

 

14-9 원래 연애란 이런 것이지?!

 


은 찬 : 진짜 안 가요? 나 때문에요?

한 결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너 사랑하는 나 때문에, 

은 찬 : (너무 감격해, 멍한)

한 결 : 미국에서 너 그립다고 혼자 질질짜기싫어서, 그러고 있음 쪽팔리잖아, 안가는게, 났지.

은 찬 : 정말 나땜에 안가요?

한 결 : 그래.

은 찬 : 정말이죠, 정말정말정말 나땜에 안가죠? 나 사랑해서, 안가죠? 진짜 안가죠?


        그때, 하림, 들어오며, 무심히,


하 림 : 한결형, 주말쯤 송별회할까 하는데,

한 결 : 나 미국 안 간다.

하 림 : 둘이 뭐해?

은 찬 : 나가.

하 림 : 야아~ 이거 관람료 드려야 되는 거 아냐? 

한 결 : 나가, 임마.

하림: 틈만나면 쪽쪽 거리고 무슨 참새야?


역시 연애란 이런 것임을 <커프>는 보여주고 있다. 불치병이거나 재벌과의 신분차이거나 혹은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 없더라도, 그냥 우리 사는 모습 면면을 생생히 그려내는 것 만으로도 설렘을 주고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거, 다른 모든 걸 다 제치고, 사랑 그 자체와, 연애하는 두 사람 사이의 얘기만 그려놔도 이렇게 오롯이 감동이 전해지는 것을...

출처 : 내맘대로, 티비그2想
글쓴이 : Dramaholic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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