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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커피프린스 1호점] 고은찬이 부럽다.

by 정령시인 2007. 8. 21.

[커피프린스 1호점]

                                               

                                                                 고은찬이 부럽다.


이번 주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고 있자니 이 드라마는 ‘사람 사이’를 그리는 데는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남자들 사이의 투덕거리면서 생기는 ‘정’을 그렇게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한유주와 최한성 사이의 오래된 편안한 연인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더니, 이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은찬과 한결의 두근거리는 마음까지 합세해서 이 드라마 속 인간들 사이의 오가는 섬세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라마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밀려들어온다. 특히 최근에 급진전된 은찬과 한결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러내서 그런 그들의 모습이 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몰입해서 본다하더라도 어째 예전처럼 여자주인공에게 감정이 이입되기보다 부럽다는 생각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계속 되었다. 고은찬이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데 너무나 솔직해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TV를 보고 있는 ‘나’는 사랑이란 감정에 그렇게 솔직할 수도, 내 감정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에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없다는 괴리감을 더 여실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기보다 내가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그녀를 예쁘고 부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더구나 한결이 은찬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은찬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 성격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렵지 않게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은찬을 우리가 예쁘게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삼십이 다 된 한결에게 한유주와 최한성이 그런 것처럼 ‘사랑’은 나름 알 만큼 알 거 같고 겪을 만큼 겪었기에 더 이상 헤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은찬이 사랑스럽고 자신도 그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받아들이고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에 너무나 솔직하게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은찬과 한결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상상의 틈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너무나 서로에게 솔직한 바퀴벌레 한 쌍을 구경하며 그들의 솔직한 사랑의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걸 즐겁게 감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불구경 못지않게 사람 마음속에 불붙은 거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은가!)

사실 이번 주 내용을 보면서는 드라마의 내용전개보다 이 둘의 솔직한 사랑 감정을 주고받는 것만 매일 보여주어도 별다른 사건이나 이벤트가 없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슴떨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밤중의 전화 통화나 하늘을 보고 평상에 누워 발로 장난치는 모습들이 큰 이벤트나 사건이 없어도 오히려 사소해 보이는 연인 사이의 일들이 너무나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게 보였다.

한유주가 초대한 파티에 모인 그들을 보니 한유주의 말처럼 20대의 사랑의 열병을 지나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된, 서로에게 스스럼이 없는 그들이 부럽고, 이제 막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여유롭게 바라봐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은찬이 ‘사랑’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덜 헤매고 더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부럽다. 그래서 그들이 참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그렇게도 자신의 사랑에 솔직한 은찬이 때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다는 걸 느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몇 달 뒤에 최한결이 뉴욕으로 가게 되면 어차피 헤어지게 될 거라는 걸 주변사람들에게 덤덤히 말하고 함께 가자는 한결의 말에도 현실은 뉴욕을 상상할 수 없는 걸 알고, 할머니 앞에서 결혼할 마음 같은 건 아직 없다고 말하는 은찬을 보고 있으니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때는 날개를 달고 활짝 날아오르고 있는 것 마냥 보이던 그녀가 사실은 발을 땅에 디디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전처럼 마냥 사랑에만 눈이 멀어 있다가 부모를 만난 후에야 현실의 벽을 깨닫던 이전의 여주인공들에 비하면 2007년의 드라마 속 여주인공으로써 당연히 가질만한 현실감각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그녀가 그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현재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어 그 용기가 부럽고 그래서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 둘을 보고 있으니 10년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어느 가수의 말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꼭 배웠으면 하고 후회되는 게 있냐는 질문에 “나이가 들고 보니 20대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부모님이 어릴 때 ‘사랑할 때는 힘껏 사랑하라’고 가르쳐 주셨다면 그러지 않았을 건데”라고 농담 같았던 말을 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그때는 10대라서 그 말의 뜻을 잘 몰랐는데 지금은 이 드라마를 보며 어렴풋이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20대가 되고 보니 사실 그게 쉽지는 않다는 것도 느낀다. 그래서 마치 그런 교훈을 듣고 자란 듯이 서로 솔직하게 사랑하는 고은찬과 최한결을 부럽게 바라보며 여전히 나는 입을 벌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출처 : 드라마 리뷰
글쓴이 : 모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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