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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61

손현숙/팬티와 빤쓰 팬티와 빤쓰 ― 손현숙 외출을 할 때는 뱀이 허물을 벗듯 우선 빤쓰부터 벗어야 한다 고무줄이 약간 늘어나 불편하지만, 편안하지만, 그래서 빤쓰지만 땡땡이 물무늬 빤쓰 집구석용 푸르댕댕 빤쓰는 벗어버리고 레이스팬티로 갈아입어야 한다 앙증맞고 맛있는 꽃무늬팬티 두 다리에 살살.. 2019. 12. 29.
안도현/스며드는 것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 2019. 12. 29.
김선우/할머니의 뜰 할머니의 뜰 ― 김선우 토담 아래 비석치기 할라치면 악아, 놀던 돌은 제자리에 두거라 남새밭 매던 할머니 원추리꽃 노랗게 고왔더랬습니다 뜨건 개숫물 함부로 버리면 땅속 미물들이 죽는단다 뒤안길 돌던 하얀 가르마 햇귀 곱게 남실거렸구요 악아, 개미집 허물면 수리님이 운단다 매.. 2019. 12. 29.
박이화/구르메 달 가드키 구르메 달 가드키 ― 박이화 봄이었던 거라 국화주, 매화주, 이화주 꽃이 술을 마셨는지 술이 꽃을 마셨는지 좌우당간 꽃도 술이 되는 세상에 억조중생 구제를 위해 면벽수도 하던 지족선사님 그 십년불와에 주화입마되셨는지 상기병통에 정신이 혼미해지셨는지 그만 술 중의 술 방중술.. 2019.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