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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61

여우난골族/백석 * <여우난골족(族)> /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머니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 나무가 많은 신리(新理) 고모 고모의 딸 이녀(李女) .. 2020. 2. 4.
아치볼드 메클리시/시법 시법/ 아치볼드 메클리시 시는 둥그런 과일처럼 만질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엄지 손가락에 닿는 오래된 메달처럼 딱딱하고 새들의 비상처럼 시는 말을 아껴야 한다 시는 구체적인 것이지 진실된 것이 아니다 슬픔의 긴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을 위해.. 2020. 1. 25.
문정희/동백꽃 동백꽃 ―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 2019. 12. 29.
오탁번/굴비 굴비(항간의 음담인데 얼마 전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나는 차마 웃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 장수가 지나갔다 -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 2019.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