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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61

시감상/김광섭-이사 2023. 5. 23.
멸치/김기택 멸치/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 2023. 4. 17.
시읽기-안성덕[소문난 가정식 백반 ] 소문난 가정식 백반 안성덕 식탁마다 두 서넛씩 둘러앉고 외다로이 외톨박이 하나,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내와 나를 반 어거지로 짝 맞춰 앉힌다 놓친 끼니때라 더러 빈자리가 보이는데도 참, 상술 한 번 기차다 소문난 게 야박한 인심인가 싶다가 의지가지없는 타관에서 제 식구 아닌 낯선 아낙이 퍼주는 밥을 꾸여꾸역 우겨넣으며 울컥 목이 멀지도 모를 심사를 헤아린 성싶다고 자위해본다 정읍 시외버스터널 뒷골목 소문난 밥집 어머니뻘 늙은 안주인의 속내가 집밥 같다 잘 띄운 청국장 뚝배기처럼 깊고 고등어조림의 무 조각처럼 달다 달그락달그락, 겸상한 두 사내의 뻘쭘한 밥숟가락 소리 삼 년 묵은 갓김치가 코끝을 문득 톡, 쏜다 시감상) 예전 진짜 소문난 식당에 줄서서 기다렸다가 주인이 앉으라는대로 겸상한 생각이 문득 떠오.. 2023. 1. 17.
문인수[눈물] 눈물 문인수 곤충 채집할 때였다. 물잠자리, 길 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엇따. 그 길에 취해가면 오리길 안쪽에 내 하나 고개 하나 있다. 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 그렇게 어느 날 장가 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가 마을엔 큰누님이, 날 업어 키운 큰누님 시집살이 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컷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스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 어머니한테 몽당빗자루로 맞았다. 다시는 그런 길, 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 _시집천년의 시작 2004 감상)어느 영화의 나비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초점마냥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물잠자리 길 내는 곳을 따라가다. 그리운 큰누님 사는델 가고 한 것이 저릿거리며 떠오르는 듯하다.. 2022.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