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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61

함기석님의 동시 시감상 함기석 시인의 동시집 ‘숫자벌레’에는 총 39편의 작품이 있다. 기자는 여러 편의 작품 중에서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4편의 시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인은 작품과 함께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전해주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수학시에 쫑긋 귀를 기울여보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슴의 뿔이 멈추지 않고 계속 자란다면 복어의 배가 터지지 않고 계속 부푼다면 고래의 분수가 하늘로 끝없이 올라간다면 아빠의 콧수염이 끝없이 계속 자란다면 네 엄지발가락이 끝없이 계속 커진다면 작품설명 | 정말로 복어의 배가 터지지 않고 계속 부푼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마음대로 상상해 보세요. 끝없이 계속되는 것을 수학에서는 무한이라고 합니다. 무한에 대한 상상, 지금까지 없었던 것에 대한 상상에서 창조는 시.. 2021. 10. 14.
안도현님의 시감상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 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 ​ 개망초꽃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 2021. 10. 14.
길/허만하 길 / 허만하 ㅡ박수근의 그림 잎 진 겨울나무 가지 끝을 부는 회초리 바람 소리 아득하고 어머니는 언제나 나무와 함께 있다. 울부짖는 고난의 길 위에 있다. 흰 수건으로 머리를 두르고 한 아이를 업은 어머니가 다른 아이 손을 잡고 여덟팔자걸음을 걷고 있는 아득하고 먼 길. 길 끝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어머니는 언제나 머리 위에 광주리를 이고. 또는 지친 빨랫거리를 담은 대야를 이고 바람소리 휘몰아치는 길 위에 있다. 일과 인내가 삶 자체였던 어머니. 짐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어머니. 손이 모자라는 어머니는 허리 흔들림으로 균형을 잡으며 걸었다. 아득하고 끝이 없는 어머니의 길. 저무는 길 너머로 사라져가는 어머니. 길의 끝에서 길의 일부가 되어버린 어머니. 하학길 담벼락에 붙어 서서 따듯한 햇살을 쏘이.. 2021. 4. 23.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 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 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2021.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