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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61

[이재무/삼류들],[복기완/삼류를 폄하한 어느시인에게],[정겸/삼류가 본 삼류들] 삼류들 / 이 재 무 삼류는 자신이 삼류인줄 모른다 삼류는 간택해준 일류에게, 그것을 영예로 알고 기꺼이 자발적 헌신과 복종을 실천한다 내용 없는 완장 차고 설치는 삼류는 알고 보면 지독하게 열등의식을 앓아온 자이다 삼류가 가방끈에 끝없이, 유난떨며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성희롱인줄도 모르고 일류가 몸에 대해 던지는 칭찬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우쭐대는 삼류 삼류는 모임을 좋아한다 그곳에 얻을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류와 어울려 사진을 박고 일류와 더불어 밥을 먹고 일류와 섞여 농담 주고받으며 스스로 일류가 되어 간다고 착각하는 삼류 자신이 소모품인줄도 모르고 까닭 없이 자만에 빠지는 불쌍한 삼류 사교의 지진아 아 그러나, 껍질 없는 알맹이가 없듯 위대하게 천박한 삼류 없이 어찌 일류의 광휘가.. 2022. 7. 12.
꿈에 관한 동시모음 + 나의 꿈 나의 꿈은 사육사. 포악한 사자를 여러 마리 기르는 것. 전봇대만한 기린과 눈 맞추고 얘기하는 것. 사과 같은 원숭이 똥꼬를 수박 같이 키워주는 것. 토끼 여섯 마리를 뚝딱 먹어치우는 비단구렁이를 목에 감고 노는 것. 나의 꿈은 사육사. 얼룩말 똥 정도는 맨손으로 집는 것. (김개미·아동문학가) + 작은 꿈 - 성환이 아저씨는 배 만드는 공장 천장에서 떨어져 평생 일어나지 못하는 깊은 병을 얻어 누워 있습니다. 그래도 성환이 아저씨는 작은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내 손으로 밥 먹고 하루 한 번 이 닦는 것. 방에서 똥오줌 누지 않고 변소 가서 누는 것. 그리고 햇살 드는 창문을 내 손으로 여는 것.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정아의 꿈 정아네 집은 과일가게를 해요 새벽부터 늦.. 2022. 6. 27.
어느날/김용택 어느날 ​/김용택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 ​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 2016 2022. 4. 6.
아름다운 책/공광규 아름다운 책 / 김광규 ​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을 소설 같은 사람을 시집 같은 사람을 한 장 한 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용을 가진 책이었다 체온이 묻어나는 책장을 눈으로 읽고 혀로 넘기고 두 발로 밑줄을 그었다 ​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최고의 독서는 경전이나 명작이 아닐 것이다 ​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 2022.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