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
/ 김광규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을
소설 같은 사람을
시집 같은 사람을
한 장 한 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용을
가진 책이었다
체온이 묻어나는 책장을
눈으로 읽고
혀로 넘기고
두 발로 밑줄을 그었다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최고의 독서는 경전이나
명작이 아닐 것이다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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