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향의 어원을 찾아서
- 차주일시집[냄새의 소유권]중에서
시 탁발하던 중에 일향이란 동네어귀 지나치게 되었는
데요. 한결같다는 일향(한일 향할향)이란 말로 들립니다. 참기름 보따
리를 안고 지팡이를 짚고 허리굽은 모습을 향(향할향)자로 읽으
며, 할머니께 여기 이름이 왜 일향이냐 묻는데, 가는귀먹
은 할머니 자꾸만 밭쪽을 손가락질합니다. 그 몸의 일획
알아차릴 수 없어 허둥대는데,굽은 허리펴 향(향할향)자를 푸는
할머니 지팡이 들어 가리키며, "일행이는바쪼게이땅께."
밭을 향해 돌아서는 할아버지 계십니다. 나도 그 옆에
서서 오줌을 눕니다. 그런데 일가를 이룬 아랫도리가 자
꾸만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헛기침에 고개 내밀어
보는데, 눈치 챈 할아버지 두 손 모다 아랫도리 감춥니다.
그 아랫도리 잡은 오른손이 연필 쥔 모양이고 왼손은 편
지지 누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할아버지께 일자 행자 쓰시죠, 말 건넸는데요. 네놈이
어찌 내 이름이 이랭인 줄 아느냐, 되묻습니다. 이랑에 떨
어지는 오줌발에서 편지 눌러쓰는 소리 들린다고 대답했
더니, "이노마잘일거봐."라는 말씀에 이랑으로 흘러드는
오줌발 바라보는 것인데요. '아드라일거보아라바테서캔
고구마보냉께마시께쩌머거라'
오줌과 땅이 문신하는 이 일행서를 읽고 있다 보니, 자
음과 모음을 분간하지 못해 소리 나는 대로 받아쓰기하던
나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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