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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꽃들의 봉기 /정령시집[연꽃홍수]중 18쪽

by 정령시인 2013. 6. 4.

꽃들의 봉기/정령

 

 

 

 

 공습경계경보, 꽃들이 반란을 일으켰다.제주 유채군단, 남해 동백사단을 시작으로 전라

 

도 벚꽃여단과 경상도 배꽃특공사단이 북으로북으로 돌진해오고 있다. 노란 전령사 민

 

들레는 현호색, 산자고, 난쟁이붓꽃, 애기똥풀, 양지꽃, 제비꽃들의 보병군단을 모아 불

 

쑥불쑥 아무데서나 출몰했다. 남녘을 해일처럼 뒤덮고 쳐들어오는 병사들은 일명 매화

 

니 산수유니 벚꽃이라는 암호명을 썼고, 온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듯이 분분히 낙하하

 

며 침투해오고 있었다. 꽃들이 꽃을 잊은, 꽃을 떠난, 꽃을 망친 자들에 대하여 항거하며

 

혁명을 일으켰다. 눈 돌리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사태가 벌어져 초토화되기 일보직전이

 

었다. 폭탄처럼 터지는 꽃들의 습격은 온갖 이름들로 특명을 받고 난무하며 흩날렸다.

 

초록 능선에서 지원받은 튤립부대는 출정을 기다리며 도열했고, 이미 점령해버린 개나

 

리, 진달래, 산수유에 대한 지령들은 벌써 녹색경보가 발령되어 연두색방호벽을 두르고

 

있었다. 녹색 당국은 꽃들의 침투에 대하여 훈련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고, 발령한 공습

 

경보에 대해서는 온종일 인간들의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화포를 쏘게 하는 등화관

 

제훈련을 벌였다.

 

꽃들이 총을 겨누었다. 오월의 총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