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정령
큰아들 군대에서 보내온 편지 꺼내놓고 눈물 훔치시다가
얘가 나를 사랑한다 하는구나.
그게 언제 적 얘긴데. 그렇게 좋우?
그럼, 좋다마다.
한글교실 3년, 사뭇 그리던 어머니 같다시며,
아직까지 조심조심, 또박또박,
마침표 쉼표 띄움없이 열 칸 공책 빼곡하게
찬장 속 그릇들처럼 정갈함이 밴 연필 글씨.
가난해서 못 배운 귀로 듣던 글자, 눈으로 읽는 말,
이제사 한 자 한 자 공들인 글자들,
책상 모퉁이 쌓여가는 공책마다 뿌듯하게 지켜보며,
세종대왕님의 흐뭇한 얼굴이 여기에 있다.
팔십 인생 한 편 역사가 될
울 어머니의 한글 참 기특하다.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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