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의 꼬리를 잡다
어머니는 저의 단풍물 들인 고슴도치 헤어스타일의 숏커트가 마음에 안 드신대요 새로 산 핫팬츠를 속옷이냐고 물어요 비도 안 오는데 웬 장화냐고요 요샌 여름에도 부츠 신잖아요 벗어둔 부츠 속에서 생쥐가 놀면 어때요 찍찍, 발가락을 꼼지락 뒷꿈치를 들썩이며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밥상머리에서 어머니의 불벼락이 떨어졌어 저도 벼락의 꼬리를 잡았어요 제가 생신선물로 사드린 스웨터가 싸구려는아닌지 돋보기로 상표를 훑어 보셨잖아요 제 남자친구의 콧구멍이 크다고 낭비벽 험담을 하셨지요 어머니 닮은 얇은 입술이 싫어 수술한 건데 돈이 썩어서 굼벵이 이불이 되다니요 저도 어머니가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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