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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살구꽃/정령 시집[연꽃홍수]중 47쪽

by 정령시인 2023. 6. 6.

살구꽃




가그랑가그랑 기침 소리 문풍지를 흔들면요
대롱대롱 고드름이 놀라 엉겁결에 툭 떨어지고요
댓돌에 누워 있던 누렁이 벌떡 일어나서는요,
고드름 물다가 소스라쳐 부엌으로 달려가서는요.
부뚜막 고무신짝 물고 와 꼬리 살랑살랑 흔들어대는데요
방문이 열리고 서리 앉은 머리는요,
옥색대님 여물게 묶은 발목, 문지방 넘어와 고무신 신고요
오동나무 반지르르한 지팡이 땅을 탁탁 짚으면요
누렁이 꼬리 흔들며 아지랑이 피는 들길 먼저 달려가고요
누렁이 달려가는 길목마다 지팡이 콕콕 찍으면요
메마른 골짜기 얼었던 물이 졸졸졸 흐르고요
겉껍질 푸석거리던 앙상한 가지도 빠꼼히 잎을 피우고요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면 봄바람 살랑살랑 봉긋한 꽃망울,
살살 살구꽃이 저렇게 벙글어지는데요.
사뿐사뿐 살랑대는 치맛자락 지팡이로 톡톡 건들면요
귓불 달아오른 연분홍 잎사귀 살짝 놀라 떠는 데요
이봐, 처녀! 같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