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정령
어머니가 우신다.
무명 치맛자락 동여매고 화전밭 일구시던
마디 굵은 손으로 뚝뚝 눈물 훔치시다가,
이 빠진 시엄씨 호령에 꿀꺽 그마저 삼켜버린다.
호리호리한 며늘아기
볼 때마다 쓰다듬고 다독이더니,
손주딸 품에 안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단다.
훌훌 털어보내시니,
금지옥엽 내 아가 아까워서 어쩔꺼나.
벙어리 귀머거리 눈봉사로 살지 말고,
쏟아내고 넘치도록 퍼주면서 살라고,
문간에 나와 손 흔들어 배웅하니
어머니 마음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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