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과의 나 /정 령
내 책상 앞에는 스님이 계신다. 서 있는 사람들 속에 서서, 버리고 떠나기가 안타까워,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이야기를 하신다. 산방 한담 중에 차 향기는 그윽하고, 텅 빈 충만으로 영혼이 맑아지니 영혼의 모음이 자음을 깨우고,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하여, 말과 침묵 속에 시간을 갈음하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스스럼없이 달려가면, 홀로 사는 즐거움에 문풍지를 흔드는 바람만이 인사하고, 인도기행을 하다보면, 무소유의 진리를 깨닫는다고.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맑은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좋은 이야기로 마음을 비우니,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몸과 마음은 정갈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네 번 변하고 수시로 바꾸어, 일기일회처럼 하루를 정리하라고. 산에는 꽃이 피네 하며 자연이 주는 섭리를 눈으로 깨닫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주문을 외우며, 오두막 편지처럼 고운 마음을 깊이 새기고, 인연이야기 같은 억겁의 생애를 두고 우리는 만나니, 맑고 향기롭게 항상 새롭게 할 것이며,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글자를 모아 활자로 엮어 말씀하시고는 스님은 날마다 꽃을 먹고 향기를 마시고 바람을 베고 새들과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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