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책

시집읽기-정치산[그의 말을 훔치다]

by 정령시인 2019. 8. 21.

 

 

시감상)

여우비

 

 

살짝 눈 흘기며 찔끔 눈물 흘렸어.

살랑살랑 보일락 말락 살짝살짝 기대며

살그머니 유혹하며 살랑대는 것도,

감쪽같이 숨겨 놓고 폭폭 안기는 것도,

몽글몽글 안개 피우며 눈짓을 보내는 것도,

그 눈짓, 그 몸짓, 모두 눈치채지 못했어.

빛나는 아홉 개의 표정도 들키지 않았어.

번개 치면 후다닥 정신 차리고

깜찍하게, 해맑게, 천진한 얼굴로

그냥, 그냥 모른 척하고 있을거야.

후드득, 잠깐 가슴에 실종된 빗방울이잖아.

그냥 잠깐 적시고 지나간 거잖아?

다시 해가 환해지잖아. 한 눈 찡긋 감아봐.

바람이 부는 대로 그냥, 그냥, 지나갈 거야.

잠깐이잖아, 아주 잠깐, 아주, 아주 잠깐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