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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시의 출생기

by 정령시인 2019. 11. 16.


시의 출생기



손끝이 바르르 한 줄 물줄기가 촤르르 사과껍질처럼 이어져 지구를 뱅그르르 돌아 제자리에 설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재려고 하지 말아요. 문득 책꽂이에 꽂힌 책등을 쓰다듬다가 앞표지를 열고 면지의 감촉과 색깔과 밑그림만으로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제목을 읽고 차례를 살피고 자서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첫 페이지의 문장이 한 칸 들여쓰기를 시작으로 따옴표를 읽고 쉼표에서 쉬고 마침표를 만나 뒷 표지를 덮고 다시 책꽂이에 정갈하게 꽂는 새벽에는 기다려주세요. 사방이 어둡고 고요한 그때 오로지 한 가지만 집중집중집중 반복반복반복 하다보면 까딱까딱 꼬리를 흔들면서 조르는데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라마즈호흡을 하면서 꼬리를 잡아요. 발가락이 보이고 엉덩이가 말랑거려요. 목이 나오고 동그란 얼굴이 나오면 숨소리를 들려주세요. 심장 박동소리 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계속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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