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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누에

by 정령시인 2019. 11. 16.


누에



길을 걸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끊을 수 없는 허기가 즐비한 먹거리 골목으로 발부리를 돌리게 해요. 오 신이시여 내 몸을 보호하여 주시옵고 내 마음을 감싸주시어 허기의 목마름을 쫓아 주시옵소서. 허기로 몸 속 깊은 욕망을 감추려고 애를 써요. 통통해진 몸, 하다말다를 반복했던 그런 날들의 아픈 과거 하나 잡아 돌려요. 돌돌돌 몸의 곡선이 햇빛에 얼비쳐요. 뽀얀 살결 매끈한 다리 아래 발목이 문턱을 넘어요. 한 올 한 올 슬픈 현실을 당겨요. 줄줄 물길이 발밑에서 뭉개져요. 굳은 살 박힌 뒤꿈치 갈라진 틈에 뭉개진 물이 스며들어요. 발끝에서 스민 물길이 발목을 타고 허리를 감고 올라가요. 머리칼을 타고 콧잔등으로 턱으로 굴곡 있는 몸을 어루만지며 지나가요. 거울 속에서 눈물로 짠 옷을 입어요.

다시 길을 나서는 어깨 위에 바람이 앉아 속삭여요. 간절하게 빌어요. 금식기도를 해요. 백일치성을 드려요. 다시 반복 되는 일상. 또 다른 허기가 꿈틀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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