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일기‧2
―다리 고장, 난 공간에서도 돈다
돈다. 초침은 8을 지나 돌며 느릿느릿 기어가는 시침을 재촉하며 돈다. 느긋한 분침은 9쯤 어귀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까불대는 초침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간섭하며 돈다. 째깍째깍 방안을 울리며 돈다. 무거운 장롱이 이마를 누르는 듯 무겁게 가라앉고 아팠던 유년의 감기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돌고 돈다. 도르륵도르륵 먼 우주까지 날아가 어느 별의 먼지를 일으켜 회오리로 돌아오려고 방안을 돌고 돈다. 온갖 소리들이 하얀 석고를 휘감고 칭칭 감은 붕대의 한 끝 반창고의 모서리를 돌고 돌아 베고 있는 베개의 무게중심 안에까지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