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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병실일기‧3

by 정령시인 2019. 11. 16.


병실일기3

꽃벽지



꽃밭이다. 사방이 같은 색, 같은 모양의 꽃이다. 꽃잎은 여섯 개, 대궁도 없이 꽃은 환하게 웃고 있다. 향기도 없으면서 한 아름씩 시야에 들어와 박힌다. 물을 빨아들이지 않으며 햇빛을 갈구하지 않는다 공기를 마시지 않고 활짝 웃고 있는 사각의 정원이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전부인 꽃, 웃음만큼은 유일하다. 살아 움직이는 것 모두에게 살풋살풋 공기 속에서 꿈꾸게 한다. 가만가만 희망을 품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가느다란 실핏줄과 연결된 바늘에게도, 압박붕대에 감춰진 고장 난 다리에게도, 향기 없는 꽃송이 수만 수천 개 피어 웃음을 던지고 있다. 모로 누워도 가로 누워도 꽃바람이 부는 들판에 나비들이 춤을 춘다. 풀밭을 달리고 춤을 추는 거기, 삼개월치 네모난 달력이 오늘을 중심에 내걸고 부표처럼 서서 더 있어야 될 거라고 느낌표로 일러주는 아침.

꽃밭에 앉아 시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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