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까막 산골로 숨어들고 싶다시네
전신불수 삭정이 몸
저 멀리 죽령 너머 소백산 첩첩 산중으로
치매 귀신 함께 달랑 업혀 들어가
키를 넘는 풀숲 억새같이 휘어지다
쌓인 낙엎 속 슬며시 묻히고 싶다시네
가랑가랑한 목숨, 하루라도 빨리 벗어 놓아야
꽉 죈 숨통에서 모두 벗어날 것이라며
가을 깊어지기 전에 물푸레 지게 하나 깎아놓으라시네
움막에 산짐승처럼 던져져도겨울이면
불목하니 되어 매캐하게 군불을 때더라도
절대 고향집으로 머리를 두지 않겠다시네
깜박깜박 나갔다 돌아오는 정신머리 맡에
아들딸 며느리들 재산싸움, 밀린 약값에
문전옥답 저당잡히고 덜렁 남은 농가 한 채
서로 먹겠다고 날을 세수는 늑대들 다툼소리
모두 싫다 이제 그만 지게에 업혀
까막 산골로 숨어들고 싶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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