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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시읽기(릴케/가을날)

by 정령시인 2020. 3. 4.

 

가을날

릴케(독일Rainer Maria Rilke :1875~1926)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해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 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저곳을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