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
황형철
하루가 다르게 배춧잎이 쑥쑥 자라는 것은 하늘에 가 닿으려는 배추벌레가 열심히 배밀이하며 길 내기 때문이지
널찍한 배추밭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은 잠자리에 든 배추벌레가 떼지어 하늘을 나는 꿈꾸기 때문이지
나비 날개가 둥글디둥근 것은 이파리 갉아먹으며 숭숭 구멍 내던 어릴 적을 필시 기억하기 때문이지
ㅡ 황형철 시집『사이도 좋게 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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