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처럼
문정영(시집[꽃들의 이별법]중에서)
흰 꽃이라는 이름의 처녀 무당으로 너는 짧은 생을 살았지 흰나비의 소곤거림이 너를 깨웠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지 어떤 빛으로도 나눌 수 없어 흰빛으로 남는다고 했어
붉은 꽃이 되려고 제 심장을 빼냈다고 들었지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피어날 수 없어, 눈 멀고 귀 닫혀 얼굴 붉힌 봄날은 가고 말았지
어떤 통증이 그 문으로 들어가 대신 붉어졌고 불에 탄 자국이 그곳에서 수만 송이 꽃이 되기도 했지 내가 너를 찾았을 때 너는 그곳에 없었어
내 첫사랑도 한때 흰빛이었지 고백이 붉어지기까지 매일 여르이었어 뜨거워진 꽃술을 달래지 못한 소화처럼 내 사랑도 결국 선홍빛 여름날의 짧은 기록이었어
감상)
사진은 집앞에 핀 매화꽃이다.
매실이 소화에 아주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시인은 매실의 이 효능을 알고 이 시를 지은 듯하다.
매실꽃 즉 매화도 알고 보면 이 시의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같다.
그래서 소화, 무당이름같은 제목을 중의적으로 썼나싶다.
지금 이무렵이면 흰색도 피고 붉은 빛이 도는 담홍색을 띈 홍매화가 피는 걸 볼 수 있다.
꽃을보면서 이 시를 읽으니 이 시가 아주 새롭게 전혀 색다른 감흥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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