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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시읽기(장적/이부離婦)

by 정령시인 2020. 3. 11.

 

이부離婦

 

 

장 적(중국 張 籍: 765~830?)

 

 

십 년 동안 시집살이

여자 행실 잘못 없는데,

박명하군요, 자식 낳지 못하면

쫓겨난다는 옛날의 법.

 

처음엔 해로동혈° 말씀하시더니

오늘에 일이 어긋나는군요.

당신이 마침내 버리시니,

어떻게 오래도록 머물겠어요?

 

시부모님 계시는 큰방에 올라,

무릎 꿇고 하직인사 여쭈었어요.

시부모님은 저를 보시고

이별을 다시 망설이더군요.

 

옛날 팔찌는 돌려주시고,

혼인 예복은 남겨두셨어요.

어르신네는 저를 어루만지시고,

길 모퉁이에서 울어주셨어요.

 

옛날 처음 며느리 적

당신이 가난하였을 때,

주야로 길쌈을 하느라,

눈썹 그릴 틈도 없었지요.

애써서 황금을 쌓아,

기아에 떠는 당신을 건졌었지요.

 

낙양落陽에다 저택을 사고,

한단에서 시비를 샀었지요.

낭군이 용마를 타시니,

출입에 빛이 났었지요.

 

장차 부잣집 며느리가 되어

영원히 자손에 의탁하려 했더니

어찌 알았겠어요, 집을 쫓겨나

혼자 수레 타고 돌아갈 줄!

 

자식이 있다고 영화롭지는 않지만,

자식이 없으면 비참해지는 것이에요.

사람 중에 계집은 되지 말아요,

계집 되기 참으로 어려워요!

 

 

°해로동혈: 살아서는 함께 늙으며, 죽어서는 한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생사를 같이하는 부부의 사랑의 맹세'를 이르는 말로, [시경]에 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