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심다
서정윤
생각이 유리창에 빗방울로 선다
역광으로 사진을 찍을 때
망설이는 검은 표정이 우선 멈춤에 섰다
지중해는 아직도 문자를 날리고 있고
삼보일배의 티벳고원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마다 소원이 이뤄질 수 있다면
설산에도 사랑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산이 뜨겁게 일어설 때
나도 일어섰어야 했어
바다가 보내온 신호를 구름의 전신으로 받았어야 했어, 선 채
설산이 늙어 뾰족해지고
파랗게 질린 하늘이 헉헉대며 발목까지 달려 올 때
신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거야 두려웠어
저녁이면 구름의 그리움 터진다는 말
불쏘시개로 가을 하늘 아궁이에 붉게 번지고
너에게 보낸 손편지가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온 날
내 마음의 허기가 깨어져 사금파리로 흩어졌다
나무의 삶이 바람이듯이
인간의 머리가 먼지라는 걸 깨닫는 날
이런 날이 내게 왔다, 비로소
별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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