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는 알아 / 정 령
덜렁이맹순이 뙤약볕 아래 뭐하나 봤더니 더운 줄 모르고 고무신에 송사리살림 차려 주더니만 보릿대에 메뚜기 목 줄줄이 엮어 코찔찔이 먹보 준다고 해놓고 맛본다 간본다 하고 볶아가며 다 먹더라 응
촉새 불러다 참새 잡아 구워준다며 바구니 속에 묶은 막대줄 꽉 잡아 하고 멱 감으러 가더니만 개헤엄 치다 휩쓸려 깊은 물에 꼴딱꼴딱거리다 겨우 땅짚고 나오더라 응
멱 감으러 가지 말고 동생 보라던 말 어기고 멱 감다 다쳐 발바닥에 피가 흥건 하더니만 지칭개꽃 씹어 붙이고 갑오징어뼛가루 뿌려 한 뼘이나 된 상처 피가 멎더라 응
알기는 알아, 더운 여름 내 십리 길을 마다 않고 업혀 다니더니 단칸방 바글대던 여덟 명命줄 풀칠하느라 숨 돌릴 짬없이 도라지 까고 마늘 까고 바느질하다 결국 문지방에 걸려 똑 부러진 어머니 발가락 보고 조심 좀 하지 덜렁이맹순이 그만 혓바닥만 놀리더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