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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9

by 정령시인 2020. 3. 18.

9 / 정 령

 



열이면 끝이다. 끝은 알 수가 없어 일과 영을 합쳐 만든다. 열의 아홉은 그래서 무한대다. 끝을 정할 수 없는 목숨이, 여덟을 세어 아홉수를 따져 문다. 앙다문 이빨들이 날카롭게 번뜩이며 쏟아져 나온다. 당당하게 어깨를 세우고 나온다. 꼬리를 흔들며 나온다. 불거져 나온 볼기가 미어터진다. 훨훨 날아서 온다. 어깨 너머 고관절을 삐걱거리며 온다. 두 다리 모아 펄떡이며 온다. 각을 세우고 꼿꼿하게 나온다. 공 굴리며 굴러온다. 까마득한 거리에서 먼지를 앞세우며 휘몰아쳐 온 거기, 닳아빠진 이빨로 하얗게 웃는다.


하나 하면 둘이 오고 셋 하면 넷이 오고 다섯 하면 여섯이 오고 일곱 하면 여덟이 온다. 고비를 넘을 때마다 덜 채워져 허기진 아홉, 주머니를 헐어 우주를 털고 대지를 쪼갠다. 빈 강에 달빛이 술 한 잔 건넬 때 아홉은 열을 마중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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