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커플 / 정 령
창밖 전봇대 위에 비둘기 대화 중이다. 저기 박사장네 쌀가게에 새로 온 총각 있잖우. 그 총각이 왜. 글쎄 그 총각이 있잖우. 응 그 총각이 왜. 글쎄 우리가 좋아하는 좁쌀을 옮기다가. 옮기다가 왜. 글쎄 길바닥에 쏟았다잖우. 그래서. 그러니까 우리가 가서 좀 먹으면 안 되냐 이 말이잖우. 그 말을 왜 이제 해. 그러니까 말하는 거잖우. 같이 가요. 비둘기 두 마리 바닥으로 내려가 열심히 머리를 주악거리고 먹이를 쪼아 먹는다. 먹기나 해. 아니 박사장이 노려보는 것 같잖우. 나 참 빨리 따라 와. 같이 가요. 비둘기 두 마리 볼록해진 배로 간단히 주유소 간판 위에 앉는다. 왜 오늘 내 덕에 배부르게 먹었잖우. 응 그랬지. 좋잖우. 그랬지 우리 마누라 덕에 먹었지. 알았어. 비둘기 두 마리 서로 부벼댄다. 구구구구. 여보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