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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꽃잎이 운다

by 정령시인 2020. 3. 18.



꽃잎이 운다 / 정 령



 

운다. 온갖 색깔로,

오만 가지 형상을 하고 온 세상으로 퍼져 운다.

너도 생겨나와 맨 처음으로 울었다.

허물없이 제 몸 하나 추스려 일어서서는 책을 읽고,

안경을 쓰고, 하늘을 등에 업고,

걸으며 웃다가 울며 떠들었다.

들판을 베고 잠을 자고, 이슬을 먹고 눈을 비빈다.

꼬물거리는 발가락으로 연서를 써서,

바람의 빛깔로 띄운다.

울음의 독한 향기로 퍼져라.

울음의 거친 빛깔로 비쳐라.

울음의 모난 형상으로 흘러라.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땅바닥으로만 다가가면서

너 힘주어 한 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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