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외롭다.
혼자라는 말,
오늘은 하기 싫었는데 혼자다.
세시간을 걷고걸으면서 희한하리만치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에 불쑥 집을 뛰쳐 나왔다.
집 가까이에 버스정거장과 전철역이 있었지만 타고 싶지않았다.
더구나 산기슭도 공원도 있었지만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보도블록을 정처없이 걸었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제갈길로 제걸음으로 바삐 갔다.
나는 아주 천천히 힘들이지 않고 걸었다.
결혼하고 삼십년, 억소리나는 아파트 한 채, 밥줄이 되는 트럭,
그런데 부족하다. 목이 마르다.
이십칠이 되고도 스마트폰을 자석처럼 손가락에 붙이는 딸과
삼십이 되고도 젓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어 입만 오물되는 딸이,
곁을 지키는데도 공허하기만하다.
저 싹둑잘려나간 플라타너스의 가지처럼
빈 골목처럼
떨어진 꽃잎같이.
텅 빈 카페에서 책을 처음 오래 혼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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