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힘듦이 베어나는 집이다.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니 심으나마나 얼텐데,
걱정이 우려가 되는
우려가 시로 피어나는
굴절된 걱정의 시들을 만났다.
시는 시인의 수면제가 되어
걱정 많은 시인의 꽃나무로
겨우내 숨을 고르고
이내 봄이 되면 다시 깨어 시로
승화될 것이다.
시감상)
걱정인형
걱정인형이 걱정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애초에 걱정이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걱정을 찾아 돌아다닌다 걱정은 연고지가 없으므로 연고지를 찾아 떠돈다 걱정은 일관성이 있다 걱정을 해도 찾아오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걱정인형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 걱정하지 않는 척 걱정하고 걱정하는 척 걱정하면서 걱정을 전혀 모른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걱정이 많아서 잠 못 이루는 밤 걱정인형과 눈을 맞추면 안 된다 걱정을 감겨주는 것이 아니라 똘망똘망한 눈으로 걱정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배게 밑에서 걱정을 걱정하지 않는 걱정인형은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잠들지 못해서 걱정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잠들기 위해서 걱정이 밤새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딸기 걱정 바나나 걱정 굴 걱정 짓무른 걱정들이 소분되어 냉동실에 들어갔다 걱정이 얼면 상격이 되기도 한다
걱정을 걱정하지 않는 걱정인형의 걱정은 대부분 닥치지 않는 걱정이다 닥치지 않는 걱정을 닥친 걱정보다 더 걱정스럽게 걱정하다가 아침 7시, 나는 수면제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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