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인적으로(시인은 나를 모를테지만)
존경하는 오세영시인의 시를 모처럼
오붓하게 봄날오후에 대면했다.
시인의 눈에 마음에 귀에 인체의 모든 부분에서
자연의 흐름에 내맡긴 세월 속의 변화와
모든 움직임, 미세한 자연의 움직임까지
포착하여 상상력을 보태어 언어로 표현하신
신적인 능력을 대하다보면 어느덧 내가 쓰는 이 구절이 시가 맞을까하는 의심도 하게된다.
출근하는 버스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식탁에서도,
시인의 시는 자꾸 보게 된다.
자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는 체험의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의 표현이라는 말씀이 진리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런 말을 자연을 시로 승화시켰을 때라야 시가 시다워진다는 얘기로 이해했다.
시감상)
봄은 전쟁처럼
산천(山川)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썩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tip) 이 시는 내가 지은 <꽃들의 봉기>의 내용과도 우연하게 비슷한게 많아서 자꾸자꾸 마음이 가고 또 자꾸 읽게 되는 시다.
<꽃들의 봉기>시집[연꽃홍수]중에서
공습경계경보, 꽃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제주 유채군단, 남해 동백사단을 시작으로 전라도 벚꽃여단과 경상도 배꽃특공사단이 북으로북으로 돌진해오고 있다. 노란 전령사 민들레는 현호색, 산자고, 난쟁이붓꽃, 애기똥풀, 양지꽃, 제비꽃들의 보병군단을 모아 불쑥불쑥 아무데서나 출몰했다. 남녘을 해일처럼 뒤덮고 쳐들어오는 병사들은 일명 매화니 산수유니 벚꽃이라는 암호명을 썼고, 온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듯이 분분히 낙하하며 침투해오고 있었다.
꽃들이 꽃을 잊은, 꽃을 떠난, 꽃을 망친 자들에 대하여 항거하며 혁명을 일으켰다. 눈 돌리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사태가 벌어져 초토화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폭탄처럼 터지는 꽃들의 습격은 온갖 이름들로 특명을 받고 난무하며 흩날렸다. 초록 능선에서 지원받은 튤립부대는 출정을 기다리며 도열했고, 이미 점령해버린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에 대한 지령들은 벌써 녹색경보가 발령되어 연두색방호벽을 두르고 있었다. 녹색 당국은 꽃들의 침투에 대하여 훈련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고, 발령한 공습경보에 대해서는 온종일 인간들의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화포를 쏘게 하는 등화관제훈련을 벌였다.
꽃들이 총을 겨누었다. 오월의 총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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