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안다고 말 할 수 없다.
진득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고된 일상과 외로움은
이 시집으로 말미암아
읽어낼 수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그야말로 태양을 끌고 가는 일일 테니까.
시감상)
일터
오늘은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타일바닥을
종일 미끄럼 탔습니다
기름밴 접시에 거품 가득 담고
이리저리 비벼대다 뜨거운 물 한번 쫙 내리치면
뽀득뽀득 환한 얼굴빛에 잠시 웃습니다
습기 찬 발바닥 일상으로 옮겨 놓고
무거운 치아 닦아내면 거울에 튕기는 흰나비
살얼음 같은 물로 두어 번 머금고 뱉어
시린 하루 아랑곳 않고 이불 속에 숨습니다
세상을 빠져나가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분주했던 힘들었던 속상했던
아지랑이처럼 팔랑거리는 시간들
꼬깃꼬깃 속주머니 속에 넣어 둔 천 원짜리처럼
잊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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