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로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시보다 전국을 누비며 종주했다는 사실과
티비다큐팀과 야생화의사계를 찍었다는 영상이 더 매력있게 다가온 시인이었다.





근로자의 날 / 이원규
근료지의 날 기념 수건 한 장착을 받았다. 선산부 김씨는 모범 광부상을 받았고
나머지는 개울가에 모여앉아
꺼먹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도급제에 욕심이 많은 김씨는
죽자 사자 일하다 손가락이 잘렸고
그 덕으로 모범광부 상을 받았지만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미련한 곰이라든지
저 죽을 줄 모르는 불나방이라든지
욕을 했으면 욕을 했지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근로자의 날 기념수건을 목에 걸고
돼지고기를 먹으며 소주를 마시면서도
도대체 즐겁지가 않았다
돼지고기와 모범 광부상과 기념 수건
그리고 하루만의 근로자의 날, 하루 쉬는 대신에 다음 휴일에 일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
대체 오늘은 무엇인가
질긴 목숨인가 절망인가 덧인가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로 바뀐 이 땅 이 하늘
검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모여 앉아 술을 마셨다
낡고도 낡은 올가미 속에
노동의 모가지를 들이밀고 우리는 술을 마셨다
톱날을 같며
잘들어야 톱이고 잘들어야 칼이지
무딘 톱 무딘 칼은 아무짝에도 못쓰능겨
톱날이 무디면 일도 더디고 힘도 몇갑절은 더 드능겨
그렁께 어금니 앙다물고 톱날을 갈아야 하능겨 톱은 자르라고 있능 기고 곡괭이는 찍으라고 있능겨
설사 내 손이 잘리고 내 발등이 찍히더라도 톱날은 칼 갈고 곡괭이는 창 갈아야 심이 나능 겨
벨 건 베고 깨부술 건 깨야지, 안그러면 우리가 도루 죽능 겨
우리가 시방 겁나능 게 머 있고,
여태꺼정 우리가 막장에서 배운 게 머 있능가
까뭉게면 시우고
곡괭이로 발파로 까뭉게면, 톱으로 도끼로 동발을 시우며
우리 막장, 우리 시상 맹글어 가며 살지 않았능가
그려, 바로 그거여! 톱날을 같며
한 시상 사능기 딴 기 아닝겨
자를 건 잘라야 하고 벨 건 퍼뜩 베어버려야 하 능 겨
그려야지 우리 시상 똑바로 오능 겨 똑바로 서능 겨
시감상)
마지막 페이지의 시 해설을 인용하면,
'한 시인의 시가 진정 '새로운 인간형으로서의 노동자'의 것이기 위해 선, 즉 다시 말해 시인의 세계관과 정서가 온전히 노동자계급의 것이 되기 위해선 그 시는 동시에 시인 자신의 존재문제조차도 해결해 줄수 있어야만 한다.' 고 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이원규시인이 써내려간
<빨치산 편지>는 시인 자신의 가족서사시를 때론 한에 맺혀, 때론 이를 악물고 되새김질하며 써온 것으로 보여져 읽는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대단한 문학의 개혁시도로 보여지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작금의 사회도 문제가 많다.
시라는 장르가 이렇게 새롭게 변모해야하는데 다들 낯설게 하기에 급급하여 시를 읽는 독자만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이원규시인은 참시인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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