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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939

아무도 모른다/김사인 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품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후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무덤들은, 흰머리 할미꽃과 사금파리 .. 2022. 4. 4.
봄이니까 봄이니까 립스틱을 칠하고 나선다. 봄이니까. 스카프를 두르고, 스타킹을 신고, 굽 높은 힐을 신었다. 봄이니까.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스카프가 붉어진다. 나비가 조팝나무 꽃무리 사이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그가 따라온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간밤에 내린 비로 꽃봉오리가 톡 터진다. *봄이니까-정온시인의 시 「꽃 피는데 비」에서 인용함. 2022. 4. 2.
아버지와 개꼬리 아버지와 개꼬리 물을 대고 오신 아버지가 흙을 털고 평상에 등을 기댄다. 갓 깨어난 개구리가 갈라진 손등에 올라앉는다. 바람 한껏 부풀리다가 까딱, 하자 폴짝, 뛰어내린다. 평상 위 막걸리 한 사발이 입을 헤벌리고 있다. 사발 속 김치도 철푸덕 주저앉아 덩달아 곯아떨어진다. 아버지 곤한 숨소리 따라 햇빛도 바람도 더덩실 춤춘다. 개구리가 아버지의 콧등에 다시 앉는다. 아버지가 놀라 일어난다. 이 · 노 · 무 · 개 · 꼬 · 리. 액자에 끼운 시와 사진이 지난겨울 얼다녹다 하다가 곰팡이가 슬었다. 그런데 가만보니 이것도 꽤 멋지다. 2022. 3. 31.
동시집읽기-남진원 시 장지예 그림[산골에서 보내 온 동시] 시가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시감상) 3월의 눈 손에 받으니 상큼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며칠 후, 껑충 자란 풀, 봄을 서로 품으려고 야단들이다. 2022.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