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ㅋㅋ라는 갑4

꽃잎이 운다 꽃잎이 운다 / 정 령 운다. 온갖 색깔로, 오만 가지 형상을 하고 온 세상으로 퍼져 운다. 너도 생겨나와 맨 처음으로 울었다. 허물없이 제 몸 하나 추스려 일어서서는 책을 읽고, 안경을 쓰고, 하늘을 등에 업고, 걸으며 웃다가 울며 떠들었다. 들판을 베고 잠을 자고, 이슬을 먹고 눈을 비빈.. 2020. 3. 18.
비둘기 커플 비둘기 커플 / 정 령 창밖 전봇대 위에 비둘기 대화 중이다. 저기 박사장네 쌀가게에 새로 온 총각 있잖우. 그 총각이 왜. 글쎄 그 총각이 있잖우. 응 그 총각이 왜. 글쎄 우리가 좋아하는 좁쌀을 옮기다가. 옮기다가 왜. 글쎄 길바닥에 쏟았다잖우. 그래서. 그러니까 우리가 가서 좀 먹으면 .. 2020. 3. 18.
새가 되는 방법 새가 되는 방법 / 정 령 백두산 천지 깊은 용암을 뚫고 흐르는 물을 넣은 가마솥에 봉황의 날개죽지 뼈를 넣는다 밤을 낮으로 꿈벅이던 천년 묵은 거북이의 눈알도 넣고 유리왕이 찬양하던 꾀꼬리의 목젖도 떼어 넣는다 마른 하늘에 치던 번개 한 줄기 뽑아 넣고 된서리 맞고 자란 청죽 이.. 2016. 1. 11.
손/정령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손/정령 강물은 숨이 차도록 흐르고 숲은 쉴 새 없는 호흡으로 출 렁댄다. 꽃들은 홀씨 되어 가고 나뭇잎은 버석거리다 부서 진다. 웃음소리만 남은 빈 터, 돌 공장 하역을 하다 으스러져 붕대로 싸맨 검지는 마디가 짧다. 광산에 들어가 갱 속에 묻힌 중지는 첫마디가 뭉개 졌다. 떨어지는.. 2013.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