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령
강물은 숨이 차도록 흐르고 숲은 쉴 새 없는 호흡으로 출 렁댄다. 꽃들은 홀씨 되어 가고 나뭇잎은 버석거리다 부서 진다. 웃음소리만 남은 빈 터, 돌 공장 하역을 하다 으스러져 붕대로 싸맨 검지는 마디가 짧다. 광산에 들어가 갱 속에 묻힌 중지는 첫마디가 뭉개 졌다. 떨어지는 벽돌에 짓이겨진 새끼손가락은 두 마디다. 앓던 숲의 소리가 웃음소리에 묻히고 몽그라진 집을 갖게 된 날, 성한 엄지에 묻은 도장밥 하도 대견하여 뭉툭한 검지 로 주무르면서도 잡풀이 성기어 입구조차 보이지 않던 빈터 를 날마다 풀을 베고 담장을 쌓고 꽃을 심었다. 주르륵 엉성한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자꾸 흘러내린다. 꽃 이 무성했던 숲에는 이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거진 시간을 저장한 숲이 강을 따라 출렁대며 세월을 안는다.
'∑령의시인바람♬ > [♡] ㅋㅋ라는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래쓰는 단양연가 18_누룽지/정령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0) | 2014.06.20 |
---|---|
해질녘 바닷가/정령시집[크크라는갑] 중에서 (0) | 2013.09.10 |
외사랑 / 정령 시집[ㅋㅋ라는 갑]중에서 (0) | 2013.06.04 |
인어의 바다/정령 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0) | 2012.02.05 |
눈 / 정령 시집[ㅋㅋ라는 갑]중에서 (0) | 2012.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