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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손/정령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by 정령시인 2013. 6. 4.

손/정령

 

 

 강물은 숨이 차도록 흐르고 숲은 쉴 새 없는 호흡으로 출

렁댄다. 꽃들은 홀씨 되어 가고 나뭇잎은 버석거리다 부서

진다. 웃음소리만 남은 빈 터,

 돌 공장 하역을 하다 으스러져 붕대로 싸맨 검지는 마디가 

짧다. 광산에 들어가 갱 속에 묻힌 중지는 첫마디가 뭉개

졌다. 떨어지는 벽돌에 짓이겨진 새끼손가락은 두 마디다.

앓던 숲의 소리가 웃음소리에 묻히고 몽그라진 집을 갖게

된 날, 성한 엄지에 묻은 도장밥 하도 대견하여 뭉툭한 검지

로 주무르면서도 잡풀이 성기어 입구조차 보이지 않던 빈터

를 날마다 풀을 베고 담장을 쌓고 꽃을 심었다.

  주르륵 엉성한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자꾸 흘러내린다. 꽃

이 무성했던 숲에는 이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거진

시간을 저장한 숲이 강을 따라 출렁대며 세월을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