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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라는갑41

시집읽기-고경숙[유령이 사랑한 저녁] 하마터면 휘파람 두 번 불면 나온다던 순이가 감감 무소식입니다 불안한 내 발장난에 개가 짖습니다 저 놈의 개가 미쳤나 혼잣말에 예서제서 또 개가 짖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되겠다고 동네 어귀를 도망쳐 나오는데 이 집 저 집 불을 켭니다 또 개들이 짖습니다 왕왕 짖습니다 온 동.. 2016. 7. 17.
신씨받이 신 씨받이/ 건강하니 장수하겠다 돈을 버니 재복이 따르겠다 웃음이 많으니 재수가 좋겠다 말수가 적으니 화가 덜 미치겠다 동쪽으로 가면 길하겠다 서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나겠다 이마가 넓적하니 남편운이 트이겠다 고달픈 초년운이 다했으니 말년운이 편하겠다 한강이 마르면 말랐.. 2014. 8. 21.
아버지 아버지/ 부목을 댄다. 부목을 댄 손과 발들은 깁스를 하고 잘린 팔과 다리에 어슷하게 맞춰져 줄을 달고 한철을 보낸다. 분재된 팔이 무쇠팔이 되도록, 분재된 다리가 무쇠다리가 되도록, 동해 바닷가에 서 있던 소나무가 태평양을 끌고 집안으로 오기까지 한라산의 소나무도 말없이 돌하.. 2014. 8. 21.
인어의 바다/정령 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인어의 바다 / 정령 마르지않은 이야기가 허공에서 훌훌 날리다 바위에 물위에 젖은 눈시울로 내려와 모래알같은 시간을 검은 바닷가에 은빛칼날로 꽂는다 젖은 눈물의 이야기가 은빛칼날을 적시고 파도치는 인어늬 노래가 흰 포말이 되어 모래밭에 쌓이고 쌓이고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 2012.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