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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by 정령시인 2014. 8. 21.


아버지/



부목을 댄다. 부목을 댄 손과 발들은 깁스를 하고 잘린 팔과 다리에 어슷하게 맞춰져 줄을 달고 한철을 보낸다. 분재된 팔이 무쇠팔이 되도록, 분재된 다리가 무쇠다리가 되도록, 동해 바닷가에 서 있던 소나무가 태평양을 끌고 집안으로 오기까지 한라산의 소나무도 말없이 돌하르방처럼 굳은 얼굴로 지켜보곤 했다. 살 것은 살고 죽은 것은 다시 잘라내고 철심을 박아 고정한다. 탄탄한 소나무의 곁가지로 부목을 다시 세워 가뭇없이 산 것이 줄을 달고 회춘을 꿈꾸는 팔목과 손목이다. 소나무가 끌고 온 태평양을 줄줄 마시던 배가 영락없이 한라산의 비로봉을 꿈꿀 때도 허튼소리 마라 했다. 퉁퉁 불어나와 다시 관을 넣어 물을 빼내고 심폐기능 회복을 위하여 심장을 이식한다. 요도와 요관을 철철 흐르게 치료하고 동해바다의 기를 받아 맥을 이어 온 내분비 순환기 소화기 검사를 받고 쑥쑥 자란다. 피부종양 지루각화증 연성섬유종 검사를 하고 강박증 클리닉 수면장애 스트레스장애진단을 받고 격리되어 집중치료를 받는다. 늘어진 소나무 가지마다 진료과목의 항목이 나풀거리고 처방된 약들이 홀씨마냥 나부끼는 동해바닷가 어디쯤 소나무의 생가지를 구해서 돌아와 이제는 가제트 만능 손과 발을 만들어야하는, 여기는 종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