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시 쓰기 지도 / 강승숙 ( 인천 남부초 )
1. 아름다운 동시 공부
하루를 여는 공부, 시 감상
아침에 시를 읽으면 괜히 즐겁고 편안해진다. 첫 시간부터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시작하면 아이들은 ‘아, 또 공부 시작이다!’ 하며 지겨워할 때가 많다. 더구나 아침 자습이라고 해서 수학 문제를 풀고, 학습지를 하다가 공부를 시작하면 더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늘 국어를 첫 시간에 놓고 시를 서너 편 맛보면서 공부할 마음 준비가 되면 공부를 시작한다. 다같이, 또는 나와 아이들이 한 행씩 나누어 가며 시를 외우다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를 감상할 때면 아이들도 나도 즐겁다. 시는 그때 그때 자유롭게 골랐는데 돌아보니 봄과 가을에는 계절이 드러나는 시를 많이 골라 읽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에는 아이들 삶이 드러난 시들을 많이 골라 읽었다.
계절마다 읽은 동시
봄
첫봄 /박고경
땅바닥을
텅!
내려 디디면
물숙하니
들어가는
힘나는 첫봄.
해마다 3월이 되면 아이들과 같이 읽는 시다. 동시 가운데 이 시만큼 봄기운을 힘차게 나타낸 시도 드물다. 나도 아이들도 이 짧은 시에 반해 버렸다. 읽을 때마다 ‘텅!’에서 받는 느낌이 새롭다. 처음에는 다같이 소리 내어 읽고, 그 뒤에는 읽고 싶은 아이들 가운데 두어 명쯤 시켜 본다. 그리고 시에 대한 느낌을 나눈다.
“이 시를 읽으면요, 힘이 막 나는 거 같아요.”
“겨울이 확 가고요, 봄이 오는 거 같아요.”
“그래, 그런데 이 시 어디에서 봄을 잘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텅!’이 그래요. 씩씩한 느낌이 나요.”
“‘물숙하니’는 땅이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딱딱하지 않구요, 말랑말랑한 거요.”
눈을 감고 외워 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더 신이 나서 외운다. 다 외운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우물쭈물 친구들을 보며 따라 한다. 아이들은 ‘텅!’과 ‘힘나는 첫봄’을 저절로 힘이 나서 있는 힘껏 외운다. 숙제하듯이 억지로 시를 외우라고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시를 배운 날은 공부 시간마다 그 날 배운 시를 소리내 외운다. 그러다 보면 길지 않은 시는 하루, 이틀만에 외우게 된다. 시를 배운 다음 날부터 다 외운 아이는 혼자 외워 보게 한다. 제일 먼저 더듬거리지 않고 분위기를 살려 가며 외운 아이들한테 친구들은 손뼉을 쳐주고, 나는 예쁜 들꽃이 찍혀 있는 동그라미 스티커를 주기도 한다. 조금 긴 시는 일 주일 내내 외운다.
‘첫봄’에 이어 배운 시가 ‘논갈이’다. 아이들이 이 시도 아주 좋아해서 해마나 3월은 ‘첫 봄’, ‘논갈이’를 잇달아 가르쳐 준다.
논갈이 / 김오월
쟁기질
소가
욱- 욱- 가네.
땅이
푹푹
푹 푹 파지네.
‘첫봄’처럼 ‘논갈이’도 아주 간결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시다. 아이들은 ‘첫봄’의 ‘텅!’에서 겨울이 가는 소리를 느끼듯이, ‘논갈이’에서는 ‘욱- 욱-’이나 ‘푹푹’에서 첫봄을 맞이하는 씩씩한 농부의 모습을 느낀다. 하지만 봄이 되어도 농사짓는 일을 볼 수 없는 요즘 도시 아이들은 쟁기질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사진 한 장 준비해서 보여 주면 좋다.
“이 시를 보면 뭐가 생각나니?”
“소가 힘들게 일하는 거요.”
“‘욱-욱-’을 크게 읽는 사람이 많던데, 왜 그랬지?”
“‘욱-욱-’에서요 힘이 절로 들어가요.”
“그런데 ‘욱-욱-’은 무엇을 나타낸 것일까?”
“소가 힘차게 일하는 거요.”
“그래. 나는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소 입하고 콧구멍에서 김이 막 나는 게 생각나.”
“이 시 마음에 드는 사람?”
몇 명 빼놓고 모두 손을 든다.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외우는 것도 즐긴다. 시를 배운 다음 날 아침에 교실에 오면 둘 셋씩 모여 입을 맞추어 가며 시를 외우는 아이들이 보인다.
봄비 / 김석전
비가 그쳤네
햇빛이 반짝어리네
세수한 산과 들이
수군거리오
“어어 시원하구려”
“어어 시원하구려”
이 시는 산이나 들을 사람으로 표현하는 의인 기법을 쓰고 있다. 의인 기법은 동시에서 많이 쓰지만 뻔한 표현으로 사물의 겉모습만 흉내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 시는 산이나 들을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이 시의 구수한 맛은 ‘어어 시원하구려’에 있다. 여기에 와서 아이들은 자연과 그대로 하나가 된다. 아이들은 정말 시원하다는 듯이, 마치 늙수그레한 어른이라도 된 듯이 비 온 뒤 그 시원한 맛을 느끼면서 웃는 얼굴로 ‘어어 시원하구려’ 하고 신나게 소리친다.
2001년에 이 시를 배우고 나서 인천 대공원으로 현장 학습을 갔을 때다. 비가 막 그친 깨끗한 날, 하늘과 나무와 물기 어린 아스팔트 바닥은 마음을 차분하고 호젓하게 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나와 아이들은 가볍게 부는 바람에 마음이 설렜다.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즐겁게 걷고 있는데 아이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앞서 걷던 현석이가 갑자기 ‘봄비’를 외웠다.
“……어어 시원하구려, 어어 시원하구려!”
“와! 현석아, 정말 그 시하고 지금하고 딱 맞다. 얘들아, 현석이가 지금 ‘봄비’를 외웠는데 우리 다같이 ‘봄비’ 외워 볼까?
아이들은 이 시를 몇 번이고 외웠다. 앞에서 끝이 나나 싶으면 중간에서 다시 시작하고 또 끝나나 싶으면 뒤쪽에서 다시 시작했다. 한참이나 이어졌다. 동시를 외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동시가 지금 아이들하고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느 순간 이 시를 생각하고 외우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진달래 / 신고송
산비탈 양달에도
봄이 왔다고
진달래 보라꽃이
피어납니다.
나무꾼 점심밥도
양지쪽에서
진달래 향내 밑에
열리입니다.
나는 진달래꽃, 아카시아꽃을 따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진달래나 아카시아나무는 늘 그립고, 보기만 해도 반갑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꽃 핀 산에서 거의 놀아 보지 못 했으니 봄에 피는 진달래한테 특별하게 마음이 갈 까닭이 없다. 그래서 이런 시를 가르칠 때는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 주고 꽃잎도 칠판에 그려 보여 준다. 아이들은 진달래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도 이 시를 좋아한다.
“우리 학교에 진달래가 핀 거 같아요.”
“시가요, 봄이 왔다는 걸 말해 주는 거 같아요.”
“우리 학교에 진달래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산비탈 양달에도 봄이 왔다고’에서요 해가 봄을 불러 낸 거 같아요.”
“선생님 그런데요 ‘나무꾼 점심밥도’가 왜 나와요?”
“그게 궁금했구나. 이게 언제 이야기일까?”
“옛날이요.”
“아주 옛날은 아니고 기름이나 연탄을 거의 안 쓸 때야. 한 5, 60년 전이지. 그 때가 나무를 땔 때니까 나무꾼은…….”
“나무 해다가 파는 사람이요!”
“그렇지! 이래서 시 한 편을 보면 그 시절 사람들의 생활도 알 수 있어.”
“향내 밑이 뭐예요?”
“으응, 진달래 나무 밑에 앉으니까 진달래 향기가 나잖아.”
“선생님 어렸을 때에는 진달래 잎 따서 먹었는데…….”
“왜요?”
“맛도 있고 또 놀다가 배고프기도 하고…….”
“그러면 가게 가서 뭐 사 먹으면 되잖아요?”
“돈이 없잖아. 그러니까 놀다 배고프면 가까이 있는 거 먹는 거지.”
시 한 편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끝이 없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묻고 나는 대답을 하고 그러다 보면 자꾸 이어져서 국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한다.
제비 / 엄흥섭
작년 가을 떠나갔던
강남 제비는
올봄에도 우리 집을
찾아왔구나.
푸른 바다 높은 산
멀고 먼 길에
작은 몸이 얼마나
고단했겠니.
내일 모레 우리는
이사간단다.
아직 아직 이 집엘랑
집 짓지 마라.
골목 셋방 우리 갈 집
너 찾아오면
판을 받쳐 집터나마
만들어 주마.
요즘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제비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이 시를 좋아한다. 제비를 사람처럼 걱정하고 아끼는 아이의 마음이 요즘 아이들 마음을 끄는 것이 아닐까. 시를 십여 편 가까이 감상하고 나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보라고 하면 ‘제비’를 고르는 아이들이 많다.
내가 ‘제비’를 좋아하는 까닭
김현아(인천 남부 초등 학교 3학년)
제비는 이제 도시에서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이제 시골에 가야 볼 수 있다. 제비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난 제비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난 시골에도 가본 적이 없다. 왜냐 하면 시골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지 않기 때문이다. 제비는 사진이나 텔레비전으로밖에 본 적이 없다. 이 시에는 제비의 생김새에 대해 나오진 않았지만 제비에 대해 쓴 것이니까 좋다. 난 진짜 제비를 보고 싶다. 엄마가 그랬는데 제비는 날갯짓을 두 번 정도 하면 쭉 날아간다고 한다. 난 그렇게 하늘을 날고 있는 제비를 보고 싶다. 제비가 여러 곳을 날아다니면 좋겠다.
현아는 여자 아이인데 남자 아이 못지 않게 장난이 심하다. 남자 아이를 자주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아가 시를 외울 때만큼은 다른 아이가 된다. 현아가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느리게 느낌을 살려 시를 외우면 아이들은 뜨겁게 손뼉을 쳐 주었다.
이 밖에도 아이들과 봄을 노래한 ‘버들눈’, ‘진달래’, ‘할미꽃’ 같은 동시를 많이 공부했다. 동시 공부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3학년 아이들과 ‘할미꽃’이라는 시를 배운 뒤였다. 아이들이 할미꽃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교실 창가에 할미꽃을 갖다 두었더니 여자 아이 둘이서 할미꽃을 보며 ‘할미꽃’을 가만가만 외우고 있었다.
* 그 밖
버들눈 / 정열모
봄아씨가 아씨지
새아씨가 아씨랴.
아씨중에 봄아씨
버들개지 났다네.
버들개지 개지지
강아지가 개지냐.
개지중에 버들개
눈치레만 하였네.
버들눈이 눈이지
그물눈이 눈이랴.
눈중에도 버들눈
봄나라에 떴다네.
동무 동무 / 권태응
동무 동무 들동무
들판으로 다니고.
아지랑이 물결 속
나물 캐러 다니고.
동무 동무 놀동무
노래하러 다니고
솔솔 바람 품 가슴
손목 잡고 다니고.
동무 동무 글동무
글 배우러 다니고
동네 앞길 환한 길
“가갸 거겨”다니고.
여름
여름이 가까워 오면 아이들 삶이 드러난 시를 많이 공부한다. 정우해의 ‘굴렁쇠’나 윤복진의 ‘초가집’, 정지용의 ‘하늘 혼자 보고’ 같은 시다. 이 시들은 예전 아이들 삶과 요즘 아이들 삶을 견주어 보기에 좋다.
굴렁쇠 / 정우해
내 동무는 굴렁쇠
뜻 맞고 정들은
내 동무는 굴렁쇠.
놀 때두,
심부름 갈 때두,
언제나 안 떨어지는
내 동무는 굴렁쇠.
학교 길 십 리도,
굴렁쇠 앞세우고 나서면
먼 줄을 모르지요.
“선생님, 저는요 체육 시간에 해 봤더니 굴렁쇠가 잘 안 굴렀는데요, 이 아이는 아주 잘 굴려요.”
“그렇지, 날마다 이런 놀이를 하니까 몸에 붙은 듯이 잘 굴리는 거야. 선생님 어렸을 적에도 동네 오빠들이 그렇게 잘 굴리면서 달려가는 거 많이 봤어.”
“굴렁쇠를 학교에 가져가도 돼요?”
“그럼!”
“어, 우리는 자전거 학교에 가져오면 안 되잖아요.”
남자 아이들 몇은 굴렁쇠를 학교까지 가져가는 아이를 부러워한다.
“이 시에 나오는 아이는 친구가 많지 않아요?”
“시골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학교도 드문드문 있고, 그러다 보니 산골에 사는 아이들은 학교가 아주 멀지. 선생님도 초등 학교 때 30분씩 걸어서 학교에 갔어. 산골에 사는 아이일수록 혼자서 걷는 길이 많겠지. 이 아이도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굴렁쇠가 동무가 된 거지.”
초가집 / 윤복진
산 밑에
조그만
초가집 문에,
문구멍이
송, 송,
뚫어져 있네.
산 밑에
조그만
초가집에는,
조무라기
형제들이
사는가 보다.
‘초가집’은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형제들이 문을 뚫는 장면이 떠올라요.”
“초가집 문에요, 구멍이 뚫려 있는 거 같아요.”
“조무라기 형제들이 구멍을 뚫었어요.”
“그런데 초가집 문을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구멍이 뚫릴까?”
“한지요.”
“그래, 한지야. 창호지라고도 하는데 이 종이는 구멍이 잘 뚫어져.”
“이 초가집에 사는 사람들 생활이 어때 보이니?”
“1연을 보니까요, 살림살이가 어려운 거 같아요.”
“흥부네 집이 생각나요.”
“옛날 생각나요. 우리 엄마가 초가집에 살았대요.”
“초가집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지푸라기요.”
“한지, 나무요.”
“흙도 있고. 다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이지. 흙으로 집을 지으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공기가 잘 통하고. 음 그리고 얘들아, 조무라기 형제들은 몇 명쯤을 말하는 걸까?”
“여섯 명이요.”
“그래. 넷이나 대여섯쯤 되겠지. 그런데 조무라기면 몇 살쯤일까?
“다섯 살이요.”
“일곱 살이요.”
“그래, 그 정도 되겠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리 내 읽어 보자.”
하늘 혼자 보고 / 정지용
부헝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 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 바다.
빨강 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 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 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이 시는 외울수록 아름답고 슬프다. 이주홍의 소년 소설 ‘메아리’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부터 이 시 맛을 알지 못했다. 시를 좋아하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 이 시를 보면 어릴 적 어머니가 밤마다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생각이 난다. 이제는 그런 시절이 지나갔다. 지금 아이들은 밤이면 어머니,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듣는 대신 텔레비전을 보고 컴퓨터 오락을 한다.
“얘들아, 이 시 읽어 보니까 혹시 생각나는 이야기 없니?”
“…….”
“파랑 병, 빨강 병 하면 생각나는 옛날 이야기 없어?”
“아, ‘빨강 부채 파랑 부채’요.”
“그게 아니고 ‘여우 누이’.”
“아……!”
“내가 지금부터 ‘여우 누이’ 이야기해 줄게.”
아이들은 막내아들이 무시무시한 여우한테 쫓기면서 파란 병, 하얀 병, 빨간 병을 던질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놓았다 했다.
“이렇게 밤마다 ‘여우 누이’ 같은 재미난 이야기를 해 주던 누나가 시집갔으니 동생이 얼마나 외로웠겠어. 지금은 전화도 할 수 있지만 그 옛날은 전화도 없고 길도 멀어서 한 번 시집 간 누나를 다시 보는 게 쉽지 않았거든. 이제 동생은 쓸쓸하게 누나를 그리워하는 거지.”
이제 아이들은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여우 누이’를 떠올릴 것이다. 굳이 ‘여우 누이’를 몰라도 이 시를 자주 읽다 보면 쓸쓸하고 그리움이 가득한 시 분위기가 아이들 마음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옛 이야기를 해 주면 아이들은 이 시를 더 좋아한다.
별 / 이병철
하늘에 별이 하나
땅 위에 내가 하나
하늘에 별이 반짝
땅 위에 내 눈이 반짝
별하고 나하고
나하고 별하고
서로 눈짓하는 밤
아, 하늘에 별이 없으면
얼마나 이 밤은 어두울까요.
해와 달과 별은 모두 아이들 동무다. 그러나 이제 도시 아이들은 예전처럼 이들을 동무 삼아 놀지 않는다. 옷을 벗고 물가에서 놀다가 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도, 달을 보며 밤늦도록 쥐불놀이를 하거나 술래잡기하는 일도, 마루에 누워 별 구경하는 일도 해 보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쩌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도 어렸을 때 별을 세어 보다 그만 둔 일이 많다. 아이들은 이 시하고 쉽게 친해졌다.
‘별’을 읽고
서경석(인천 남부 초등 학교 3학년)
‘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별하고 나하고, 나하고 별하고 서로 눈짓하는 밤’이다. 잠을 잘 때 ‘별’을 외우면 무섭지 않다. 보름달을 볼 때도 별이 많았는데 그때 ‘별’을 크게 외웠다.
*그 밖
안개 어린 아침 / 남대우
보- 얗게 안개어린
이른 아침 산-속에서
풀국새 풀국풀국.
보-야한 안개나라
이른 아침 숲속에서
풀국새 풀국풀국
풀국풀국.
감자꽃 / 권태응
자주 꽃 핀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건 하얀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감자
등심 머릿심 / 권태응
아저씨는 증말
등심도 좋아
뭣이든지 냉큼
등에다가 지고
아주머닌 증말
머릿심도 좋아
뭣이든지 붓적
머리에다 이고
가을
가을에 들어서는 권태응의 ‘고추잠자리’, 윤복진의 ‘고욤’, 김철수의 ‘귀뚜라미’, 천정철의 ‘가을 아침’, 김기진의 ‘홀어미 까치’를 빼놓지 않고 감상한다. 가을을 소재로 한 이 시들은 시마다 다른 맛을 준다. ‘고추잠자리’와 ‘홀어미 까치’는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고, ‘고욤’은 생기와 유머가 넘친다. ‘귀뚜라미’를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듯한 마음이 일어나고, ‘가을 아침’을 보면 추위 앞에 선 낙엽들이 생각나면서 쓸쓸하면서도 정겨워 온다.
‘고추잠자리’를 읽으면 어른인 나도 마음이 절로 따듯해진다. 자꾸 읽고 싶은 동시다.
고추잠자리 / 권태응
혼자서 떠 헤매는
고추잠자리,
어디서 서리 찬 밤
잠을 잤느냐?
빨갛게 익어 버린
구기자 열매,
한 개만 따 먹고서
동무 찾아라.
“쓸쓸해요.”
“조용하고 슬퍼요.”
“고추잠자리가요, 부모가 없는 거 같은데 동무 찾으라고 해서 좋아요.”
“‘서리 찬 밤’에서 지은이의 걱정이 드러나요.”
한번은 이 시를 외우고 아이들이 구기자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고 해서 우리 집 둘레에 있는 구기자나무에서 열매를 따다가 칠판 위에 매달아 놓았다. 구기자 열매가 어찌 생겼는지 궁금해하던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좋아했다.
귀뚜라미 / 김철수
귀뚜라미
귀똘 귀똘
나도 귀똘 귀똘
귀뚜라미
귀똘 귀똘
나도 귀똘 귀똘
불 끄고 누워
달 보는 마음이야
귀똘똘 귀똘똘
나도 귀뚜라미.
이 시를 가르칠 때, 아침 시간에 학년 모임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다가 제대로 읽어 보지도 못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 그런데도 언뜻 보니 개구쟁이 성현이가 눈을 감고 ‘귀똘똘 귀똘똘’ 하며 열심히 외우는 게 보였다. 입으로 중얼중얼 시를 외우는 아이들이 다른 날보다 더 눈에 많이 보였다. 시가 아이들한테 달라붙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수업 시간 내내 그 시를 잊어버리고 공부하고 있는데 둘째 시간 중간쯤 누군가 “‘귀뚜라미’ 시 안 외워요?” 했다. 하던 공부를 잠시 접고 시를 외웠다. 조금 놀랬다. 그 반이 넘는 아이들이 시를 외웠다. 외우기도 쉬운 시였지만 아이들은 ‘귀똘똘 귀똘똘’이 너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가을 아침 / 천정철
오늘 아침 창 밑에
나뭇잎이요
옹기종기 웅크리고
모여 앉아서
어제 저녁 바람은
대단했다고
소근소근하면서
발발 떱데다.
이 시는 2001년, 인천 주안 남 초등 학교에서 3학년 아이들하고 몸으로 표현해 가며 감상했던 시다. 사람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나뭇잎들, 이 나뭇잎들의 처지는 사실 서글픈 처지이다. 하지만 작가는 나뭇잎을 그저 불쌍하고 애처롭게 그리지 않고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워 웃음이 절로 나게 그려냈다. 나뭇잎이 창 밑에 웅크리고 소곤거리는 모양은 꼭 초등 학교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에 따뜻한 양지쪽에 모여서 소곤대며 떠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발발 떱데다’는 이 시의 절정이다. 여기서는 나까지도 절로 몸이 움츠러들 것만 같다. 아이들은 이 시를 배우고 나자 아침마다 시 맛보는 시간이면 ‘가을 아침’을 외우자고 했다.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하니까 ‘발발 떱데다’가 너무나 재미있다고 했다.
“야야, 발발 떱데다래.”
재현이는 짝하고 소곤대면서 킬킬거렸다. 중얼중얼 외우는 아이들도 많다.
“이 시 어떤지 누가 말해 보자.”
“창문에 나뭇잎이 모여 소곤거리는 거 같아요.”
“‘발발 뗍데다’가 재미있어요.”
“ ‘소근소근’에서요, 꼭 나뭇잎이 사람 같아요.”
“첫 번째, 두 번째 줄에서요, 저녁에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제 저녁 바람은 대단했다고’에서요, 태풍이 분 거 같아요.”
“저는요 둘째, 넷째 줄이 좋아요. 친구들끼리 말하는 거 같구요, 식구끼리 말하는 거 같아요.”
“나뭇잎이 모여들어 말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요, 나뭇잎을 사람 대하듯이 시를 쓴 거 같아요.”
겨울
겨울에는 여름처럼 아이들 삶이 담긴 동시를 주로 감상했다. 그 가운데 권태응의 ‘등심 머릿심’, 윤석중의 ‘키 대보기’는 그 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외운 시다. 옛 이야기 냄새를 풍기는 이동규의 ‘부헝’과 장난기가 느껴지는 윤동주의 ‘겨울’은 재미있게 외웠다.
부헝 / 이동규
떡해 먹자 부-헝
양식 없다 부-헝
쌀곡간이 비었느냐
둥그미채 비었단다.
농사져서 어쨌나
땅 임자가 다 차 갔네.
어이없다 부-헝
기맥힌다 부-헝
칠판에 동시를 쓰고 있는데 중얼중얼 따라 읽던 남자 아이 하나가 왜 부엉이라고 하지 않고 ‘부헝’이라고 했냐며 물었다. 아이들한테 ‘부헝’과 ‘부엉’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소리내 보라고 했다. 느낌을 물었더니 아이들은 고개만 갸웃하고 별 대답을 못했다. ‘부엉’하고 ‘부헝’ 가운데 어떤 것이 더 깊고 쓸쓸한 맛을 주냐고 물었더니 그제야 ‘부헝’이라고 답했다. 결국 답을 가르쳐 준 꼴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자꾸 소리내 보니 부헝이 더 좋다고 했다.
이 시에는 가난한 농민들 생활이 그대로 드러난다. 은지는 ‘둥그미채 비었단다.’에서 농민들이 아주 어렵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둥그미채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가 많아서 그림을 찾아 보여 주었다.
이 시는 묻고 답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번갈아 가며 읽으면 재미있다. 남자, 여자 아이로 나누어 외우기도 하고 나하고 아이들이 번갈아 외우기도 한다.
겨울 / 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웃음이 절로 난다. 엄숙한 시를 썼던 윤동주 시인이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맑고 발랄한 시다. 이 짧은 시 한 편이 무거운 가슴으로 시대를 껴안고 살다 죽어 간 시인의 마음 한 자락을 생각하게 한다. 시를 써 놓고 윤동주 시인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었다. 그리고 시를 읽었다.
아이들은 ‘시래기 다래미’가 무슨 말인 줄 몰랐다. 무나 배추 잎을 말리기 위해 엮은 타래를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우거짓국을 예로 드니 알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시가 재미있다고 하기에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하니까 ‘달랑달랑’하고 말똥이 재미있다고 했다. 정말 말랑말랑한 똥도 꽁꽁 얼면 소나 말 목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방울 같은 느낌이 든다. 똥이라도 전혀 더러운 느낌이 없다. 남자 아이 한 명은 손을 번쩍 들더니 말똥은 본 일이 없지만 개똥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 시를 읽으면 추위가 절로 몸에 느껴지지만 무서운 추위가 아니라 씩씩하게 이겨 나갈 수 있는 추위로 느껴진다.
2. 노래가 된 이원수 동시
우리 어머니 / 이원수
언제나 일만 하는 우리 어머니
오늘은 주무셔요. 바람없는 한낮에,
마룻바닥에.
코 끝에 땀이 송송
더우신가봐.
부채질 해 드릴까.
그러다 잠 깨실라.
우리 엄만 언제가 일만하는 엄만데
오늘 보니 참 예뻐요.
콧잔등에 잔주름
그도 예뻐요.
부채질 가만가만 해드립니다.
겨울 물오리 / 이원수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젠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찔레꽃 / 이원수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남모르게 가만히 먹어 봤다오.
광산에서 돌 때는 누나 맞으러
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
하얀 찔레꽃 따먹었다오.
우리 누나 기다리며 따먹었다오.
동시와 친구가 된 아이들
한 학기 정도 시를 공부하고 나서 좋아하는 시를 골라 시 외우기 대회를 열거나 시 그림 그리기도 했다. 1학기에는 그 동안 못 본 동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동시를 골라 외우면서 수행 평가를 하고, 2학기에는 마음에 드는 동시를 외워서 쓰고 시를 언제 외웠는지, 왜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느꼈는지 쓰는 것으로 수행 평가를 했다. 2학기 수행 평가를 한 날,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서 몇 번씩 마음이 뭉클해졌다. 철이 없다고, 마냥 떠들고 다투고 싸운다고 야단치던 아이들한테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단순하고 솔직한 마음,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다운 정에 깊이 감동하는 고운 마음들이 줄줄이 글에 나타나 있었다. 동시를 외우면서 나도 아이들도 동시와 친구가 되어 기뻤지만, 그보다는 아이들 마음 속에 있는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만나게 된 것이 더 값진 일이었다.
3 .좋은 어린이 시 보여주기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
내 동생 / 청리초등 2년 박근임
나는 집에 강께
동생이 울고 있는데
눈 안에
동그란 눈물이
반짝합니다.
나는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내 동생 / 경북 경산 부림 6년 주동민
내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아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
무당벌레 부부 / 주안남 3년 강정윤
무당 벌레부부가
망초꽃안에서
단둘이 꼭 붙어자네.
그 무당 벌레는
참 행복하나보다.
어떤 꼬마 / 서울 문창 5년 이재권
학교에서 놀다 보니
어떤 꼬마가 물 양동이가 무거워서
가만히 서 있었다.
키가 나의 가슴만 하였다.
양동이를 들어다 주었다.
▪들은 것을 잘 살려 쓴 시
바람 소리 / 광명구일초 2년 박철순
나무 밑에 있으니
바람 소리가
파라파라거린다.
그 소리가 좋다.
바람이 피리를 분다.
벌레 소리 / 청리4, 김진복
오좀을 누러 일어나니
귀뚜라미 소리와 또 무슨
벌레인지 종종종 한다.
그 소리는 참 고왔다.
나도 그 소리를 낼 것 같다.
내려고 내려고 해도
그 소리는 빌빌빌 한다.
이제 그 소리는 못 낼 것 같다. (64. 9)
개고리 / 청리초등 3년 정순복
저녁밥을 먹고 난 뒤
토끼 밥을 주고
요강을 씨로 가니
우리 담 넘에서 개고리 소리가
들린다.
가민히 들어보니 개고리가
골골골골 하고 운다.
<아이들 느낌글>
▪개구리가 큰 것 같고 보고 들은 것이 시가 되니까 다른 시보다 재미있는 것 같다.
(인천남부초 2년 김혜빈)
▪나는 이 시가 재미있어요. 사투리가 재미있어요. 무엇이냐면 ‘골골골골’이 재미있어요.
(인천남부초 2년 신민영)
돌매미 / 박명호(5년)
비오고 매미가 운다.
이얼지 이얼지 이얼지 이얼찌끽 이이이이
이이 찌징찌징찌징 쫍쫍쫍쫍(6.29)
<아이들 느낌글>
까마귀 / 양승찬(4년)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마귀
쉬이이익 수우우히
바람을 뚫고 나가는 소리
참나무 가지를 움켜잡고
고개 돌려 마을을 보며
까우워우루 까우워우루 까우워우루(4.28)
<아이들 느낌글>
▪진짜 내 머리 위로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 같다. 나는 이 느낌이 좋다. ‘바람을 똟고 나가는 소리’가 좋다. (인천남부초 2년)
▪양승찬 오빠는 까마귀가 금방 날아 갔을텐데 소리를 잘 들은 것 같다. (인천남부초 2년 )
▪ 본 것을 잘 살려 쓴 시
거미 / (4년 이문희)
나는 거미를 본다
거미도 나를 본다
거미가 가만히 있다
새끼 한 놈
배에 타서 얼쩡얼쩡
꼭 어리광 부리는 것 같다.
그 옆에는 알주머니 두 개
하나는 조그맣고 또 하나는 크다.
어떤 주머니에서
더 많은 거미를 태어나게 할까
사이좋고
화목하고
조용한 가족 같다. (8. 29)
<아이들 느낌글>
▪거미가 징그럽지 않고 예쁜 것 같다.(인천남부초 2년 김진영)
▪거미 어미가 새끼를 낳을 때 힘들었겠다. 이 거미 엄마는 힘들었겠다. (인천남부초 2년 이경우)
▪이문희 언니가 거미를 관찰해서 이 시를 쓴 거고 거미를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럼 (인천남부초 2년 김혜수)
▪이 거미 엄마는 힘들었겠다. 그래도 새끼가 귀여운가 보다. (인천남부초 2년 이혜인)
▪새끼가 나처럼 진짜 탄 것 같다. 나도 아빠 배에 누워 있으면 푹신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빠 배에 탄다. (인천남부초 2년 박민경)
▪거미가 어리광 부리면 정말 귀엽겠다. ‘그 옆에는 알주머니 2개, 하나는 조그맣고 또 하나는 크다.’가 맘에 듭니다. 그 큰 알에서 첫 나올 것 같다. (인천남부초 2년 강예은)
▪왠지 나 주머니에 거미가 지글지글 하는 것 같다. (인천남부초 2년 정연희)
고양이 날씬이 / 마야기 현 초1 모도키 가오리
날씬이가 인형을 굴리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날씬이를 꾸짖고
인형을 피아노 위에 얹었습니다.
그러니까 날씬이가
‘우오오’
하는 소리를 내더니 피아노에 뛰어올랐습니다.
피아노는
가라라랑, 키키키키키이 드랄랄랑.
불로, 즈텡키이.
하는 굉장한 소리를 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엄마도 소리를 질렀습니다.
날씬이는
털을 벌레같이 곧추세워
눈을 빨갛게 해 놀라고 있었습니다.
까치 / 청리초등 2년 남경삼
소나무에서
까치가 웁니다.
꼬랑대기에서
똥이
찔끔
나옵니다.
까치는 까까
합니다.
그래
날아갔습니다.
어데서
비행기 소리가
윙 하고 날아갑니다.
지금도
날아가는 소리가
납니다. .
<아이들 느낌글>
▪똥이 찔금 나온다는 게 재미있다. (인천남부2년 김혜수)
▪까치가 똥이 나와서 날아간 것 같다. 그리고 쑥쓰러워서 도망간 것 같다. (인천남부2년 김혜인)
▪마음을 나타낸 시
마음 / 인천주안남초 3년 임혜진
나는 공부를 못해서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은 날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마음에 걸린다.
시험을 볼 때도 못하면
마음에 걸린다.
왜 우리들은 / 광남 2, 여
게임보이를 샀다.
아주 재미있다.
나는 팩을 하나 더 사
바꿔 놀고 싶지만
엄마가 화내며 둘 다 버릴까봐
말도 못했다.
나는 공부 시간 때문에 가주고
놀 수가 없다.
엄마는 쉬는 시간이 많으면서
왜 우리들은 없어요?
밀린 학습지 / 주안남 3년 윤다비
학습지가 밀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너, 왜 안했어?”
난 말을 못했다.
엄마가 때려서
“왜 그거 갖고 그래?”
난 속으로 엄마 욕을 했다.
실내화 / 주안남 3년 임혜진
실내화 코 끝에
구멍이 났다.
애들한테
창피를 당할까봐
복도에도 못나갔다.
설거지 / 인천주안남초 3년 민병찬
엄마가 일찍 나가면서
설거지 좀 해달라 그랬다.
형아랑 설거지를 할려는데
형아가 설거지를 안 한다.
“형, 왜 설거지 안해?”
나는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학원공부 / 인천주안남초 3년 이종혁
나는 일주일에
다섯 번 학원에 간다.
숙제를 내줄 때마다
나머지를 하라고 할 때마다
나는 점점
가기가 싫다.
도망가면
학원에서
집에서
매를 맞는다.
할머니 / 인천주안남초 3년김진교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할머니가 누워서
울고 있었다.
나도 동생도
울었다.
아빠가 와서
병원에 데려 가셨다.
실뜨기 / 인천주안남초 3년 장성준
실뜨기를 했다.
현규가 현석이한테
실뜨기를 가르친다.
“야, 틀렸어.”
현규는 현석이한테
화를 낸다.
그래도 현석이는 웃기만 한다.
▪자연을 가까이 하며 쓴 시
목련 몽오리 / 인천남부초 2년 임재민
목련 몽오리는
참 따뜻하게 보였다.
나도 들어가 보고 싶다.
아, 따듯하겠다.
고양이 / 인천주안남초 3년 장성준
우리 동네에
떠돌이 고양이가 다닌다.
한번은 내동생이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었다.
엄마가 오시더니 고양이를 버리라고 한다.
고양이를 버렸다.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고양이가 어딜 갔는지
잘 사는지 걱정된다.
▪ 새로움을 나타낸 글, 자기만의 느낌이 나타난 글
아기 업기 / 이후분
아기를 업고
골목을 다니고 있다니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이 들고는
내 등때기에 엎드렸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방에 재워 놓고 나니까
등때기가 없는 것 같다
내 자지 / 3학년 이재흠
오줌이 누고 싶어서
변소에 갔더니
해바라기가
내 자지를 볼라고 한다.
나는 안 비에 줬다.
▪ 자연과 목숨의 귀함이 드러난 시
청개구리 / 3학년 남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
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
뒷다리 두 개를 펴고 발발 떨었다.
얼마나 아파서 저럴까?
나는 죄될까 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
참새 / 주안남 3년 이호연
학교에 호연이랑
가는데
참새가 꽃밭에
죽어 있었다.
눈은 감고
날개는 모아 놓고 죽었다.
얼어죽었다.
한 사람의 목숨 / 시게타 아사키누(일본 가나가와 현 초등4년)
걸프 전쟁이 터져서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버지가 사 온 잡지를 보니
하얀 빛과 꼬리를 끌고
미사일이 날아가는 사진.
사람들이 죽어 있는 사진.
나보다 작은 아이들도
상처를 입고
죽고 했어요.
몇 달 전에
소련에서 크게 화상을 입은
콘스탄친 군이 있어요.
그 아이 목숨을 살리려고
소련과 일본이 협력해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한 덕분에
건강하게 되어
다시 소련으로 갔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 소년의 목숨이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전쟁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 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좀더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소원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은, 그만두세요.
-『한 사람의 목숨』(이오덕 옮김. 한국글쓰기연구회. 2001)
무서운 아버지 / 고오치 현 초1 모토야마 미사
아버지가 돌아왔다.
무서운 목소리로
“이제 왔어.!”
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돼 있었다.
아버지한테
“술 잡수시면 안 돼요.”
하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말도 안 했다.
아버지가 무서워
나는 달아났습니다.
아침에는 귀여운 아버지가 되었다.
-『한 사람의 목숨』(이오덕 옮김. 한국글쓰기연구회. 2001)
할아버지 / 울진 온정 초등3 김수정
학교 갈 때 현정이가
할아버지한테 돈 달라고 졸랐다
할아버지는
돈주머니를 살펴보시고
툭툭 털으셨다
돈 십 원밖에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께서는
언제 죽노
죽어라 죽어 하셨다
엄마, 할배한테 돈 좀 주소
눈물이 나왔다
할배한테 조르는
현정이와 오빠가
죽도록 미웠다
▪ 입말로 쓴 시
옷 / 안동 대곡분교 2년 김민한
어머니, 옷 사 조요.
추석에 옷 해 조요.
나는 옷도 없고
언니 옷을 줄아 가지고
입고 있어요.
언니 치마를 꾸매 입고 있어요.
버들강아지 / 양양 오색초등 5 이수연
버들강아지는 보들보들하다
강아지 털같이 너무 보들보들하다
어우 진짜 보들보들해
야, 연실아! 이거 만져 봐
진짜 이뻐
보들보들해
강아지 만지는 것 같애
눈감고 만지면 진짜 좋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노래가 된 아이들 시
<말로 해도 되는데>
조은성 말, 백창우 곡
오늘 종찬이가 형아들한테 맞았어요
종찬이가 형아들한테 야! 그래서요
그래서 형아들이 종찬이 때렸어요
그런데 야! 한-사람이 나빠요
아니면 때린 사-람이 나빠요
제 생각에는 종찬이가 먼저 나쁘고
형들도 잘못한 것 같아요
말로 해도 되는데
<큰길로 가겠다>
김형삼 시, 백창우 곡
집에 가려는데 저 앞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날 보면 나머지라 할까봐
아무도 없는 좁은 길로 간다.
왜 요런 좁은 길로 아야하나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하나
난 이제부터 누가뭐래도
큰 길로 가겠다.
<딱지 따먹기>
강원식 시, 백창우 곡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지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 참고 자료
1. <<겨레아동문학선집 9-10(동요 동시)>>보리
2. 이원수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웅진
3. 윤석중 <<날아라 새들아>> 창비
4. 윤복진 <<꽃초롱별초롱>> 창비
5. 권태응 <<감자꽃>> 창비
6. 이오덕 <<개구리 울던 마을>> 창비
7. 권정생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식산업사
8. 임길택 <<탄광마을 아이들>> 실천문학사
<<할아버지 요강>> 보리
<<똥 누고 가는 새>> 실천문학사
9. 김은영 <<빼앗긴 이름 한 글자>> 창비
10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실천문학사
▣ 어린이 시
1. 글쓰기 연구회 엮음 <<엄마의 런닝구>> 보리
2. 이오덕 엮음<허수아비는 깍꿀로 덕새를 넘고> 보리
3. 오색초등학교 아이들 글모음 <<까만새>>보리
4. <<비오는 날 일하는 소>>, 산하
5. 박문희 엮음/ 마주이야기 시 <침 튀기지 마세요>외 1권/ 고슴도치
▣ 이원수 동요, 전래 동요
1.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백창우/보림 (CD와 테이프)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 백창우/보림 (CD와 테이프)
2 <<아이들 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딱지 따먹기>> 보리
<<섬진강 아이들이 쓰고 백창우가 만든 노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보리
<<김용택이 쓰고 백창우가 만든 노래․우리반 여름이>>보리
<<권태응이 쓰고 백창우가 만든 노래․또랑물>>보리
<<좋은 우리 동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꽃밭>>보리
<<마주 이야기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맨날맨날 우리만 자래>>보리
*위 여섯 권,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6세트에는 각각 시와 악보, 그림이 있는 책과 CD가 들어있음
3. <<동무 동무 씨동무>> 편해문/창비(CD 포함)
<<가자 가자 감나무>> 편해문/창비(CD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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