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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랑놀기♬/[♡] 꺼리랑

한국인의 성풍속도 ...3

by 정령시인 2010. 3. 18.

다섯 처녀의 이상한 놀이

 

  옛날이었다. 구심 동풍에 남은 눈마저 목아 내리는 어느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양주 목사  이광정은 불현 듯 꿩고기  생각이 나서 머슴 장쇠를  불렀다. 장쇠란
녀석은 허우대만 컸지  대갈통은 떼어 놓은 통나무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
다. 그러나 옛말에  굼뱅이도 뒹구는 재주가 있더라고 사냥에는 귀신  같아 나가
기만 하면 꿩을 두세 마리씩 꿰어 차고 돌아오는 재미로 이 목사는 장쇠란 놈을
기특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목사가 "너 오늘 날씨도 화창한데
사냥을 나가보지 않으련?" 했다.  이 말에 장쇠의 입은 금새 해벌쭉해졌다. 녀석
은 신바람이 나서 며칠을 굶어 독이 잔뜩 오른 매를 팔목에 얽어매고 어슬렁 어
슬렁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에 올라 사냥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해
가 뉘엿뉘엿 서산  마루에 올라 앉을 무렵까지  애미따라가다 붙잡힌 까투리 한
마리밖에 못 잡았다. 몸이  단 장쇠는 어떻게 해서든 한 마리쯤  더 잡아 보리라
마음먹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제법 깊숙한 산골짜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허탕이었다. 할  수 없이 그대로 돌아가려고 길을 헤쳐  나오는데 어디선가
떠들썩한 여인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돌아다 보니 다 찌그러들어가는
초가집이 한채 눈이 띄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머리채를 치렁치렁 발뒤꿈치까지
땋아 늘인 말같은 처녀 다섯이서  우루루 몰려나와 장쇠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
었다. 장쇠는 그걸  구경하고 있다가 말고 들키는 날이면 창피하여  급히 피하려
다 잘못하여 발이 계곡에 빠지는 바람에 발목을  삐게 되었다. 발목을 다친 장쇠
는 걸을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엉금엉금 기어나와 숲 속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동정만 살피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처녀들은 웃고  떠들며 거의 장쇠가 있는 앞
에까지 와서 이곳  저곳에 걸터 앉았다. 장쇠가 숨어서 가만히  처녀들을 보자니
다섯 처녀들은 형제 간인 듯  얼굴이 비슷비슷한데 한 사람도 예쁘게 생긴 처녀
는 없고 한결같이  아무렇게나 되어 먹은 조롱박처럼 볼품이 없었다.  장쇠란 놈
이 제 생긴 꼴은 모르고 대체 어떤 사람이 딸을 낳았어도 저렇게 다섯씩이나 다
못나게 낳아 놓았을까하여 혀를 찼다. 아무튼 본의  아니게 그들을 엿보게 된 장
쇠는 비록 못생겼어도 나이 찬  처녀들이라 훔쳐 보는 재미가 그래도 싫지는 않
았다. "얘, 우리 뭐하고  놀까?" "글쎄....숨바꼭질?" "그건 싫다. 참 우리 그거 할
까?" "그게 뭐야?" "좌수놀이 말이야" "그래  그래" "호호호......." 네 처녀는 웃음
터뜨리며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 놀이를 제의한  처녀가 맨 맏이인지 이곳 저
곳에서 짚단을 집어다  포개놓고 걸터 앉더니 너는  좌수 너는 형방, 너는 급창,
너는 사령하며 한사람씩  일러주곤 자기는 원님 형세를 하였다. 대체  무슨 놀이
가 이따위냐 하고 장쇠는 입을 헤하니 벌리고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 이
제부터 시작한다" 원님 행세를  하는 처녀가 이렇게 말하곤 자못 목소리를 가다
듬어 "여봐라 그놈 좌수  녀석을 불러 들여라" 분부를 받은 형방은 급창에게  급
창은 또 사령에게  이와 똑같은 말을 뽑아댄다. 사령이 좌수라는  처녀늘 붙잡아
원님 앞에 꿇어  앉히자, 원님은 눈을 치켜뜨며 나뭇가지를 담뱃대  삼아 앞으로
휘저으며 호통을 친다. "네  이놈! 네 죄는 네가 알렸다?" "소인이 무슨 죄를  지
었삽기에 그렇게 꾸짖으십니까?" "이놈  천하의 인륜 대죄를 짓고도 그 죄를  모
른다고?" "예, 소인은 정녕  아무 죄도 짓지 않았나이다. 죄가 있다면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이놈! 사람이  나서 나이가 차면 혼인을  하는 게 가장 크고 중한
인륜 대사이거늘 네놈은 딸을  다섯씩이나 기르면서도 막내 딸년의 나이가 스무
살이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않았다니 그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더란 말이냐?"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장쇠는 그만 웃음이 터질  것 같아 주먹으로 입을 틀어 막
고 어깨만 들먹거렸다. 좌수 놀이란 결국 처녀들의 신세타령이었던 것이다. 그러
나 처녀들은 아무리  모의 좌수 놀이라고는 해도  자기 자신의 일이라서 그런지
웃지도 않고 능청스러버게 연극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좌수라고 끌려온 처녀가
꿇어 앉아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보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인의 집안이
물로 씻은 듯 가난한 형편이라 보내지 못한  것이옵니다. 제가 어찌 인륜을 거슬
러 딸들을 생으ㄹ고 늙히겠습니까?" "당치 않은  소리! 집안 형편이 그러면 집안
형편대로 냉수 한 그릇이라도 정하게 떠놓고 예를 올리면 될 것이 아니냐?"  "하
지만 같이 가난한 집안에 사위를  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이런.....쓸데없
이 수작만! 만일 성의만  있으면 이 넓은 천지에서 사윗감 하나  못 고르겠느냐?
내가 들은 소문만 해도 이 이웃 마을에 사는 이좌수, 오별감. 최풍헌, 안좌수, 김
별감 등 그 다섯 집만 해도 다 자란  신랑감이 하나씩 있다는데!" 참으로 해괴망
칙한 놀이였다. 그  처녀들이 오죽이나 시집이 가고 싶었으면 이런  놀이까지 할
까 하는 생각이 드니 자기도  총각인 장쇠는 그 중의 끝둥이라는 사령 노릇하던
처녀와라도 짝이 되면 피차에 좋은  일이 아니냐 하는 헛된 생각가지 머리를 스
쳐 지나갔다. 다친 발목이 어찌나 시큰거리는지  절룩거리고 걸어간게 밤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양주  고을 오리밖에 있는 다른 머슴 집이었다.  거기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새벽에  들어가니, "이놈아, 어찌된 일이냐?" 하고 이목사가  반색을
했다. 사실 이목사는  어리석은 장쇠 녀석이 또 무슨 일을  저질러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서 서성거리든지 아니면  사냥에 미쳐 벼랑에서라도 떨어진 게 아닐
까 하는 생각에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장쇠는 전날 있었단  모든 일을 낱
낱이 털어 놓았다. "그게 정말이냐?"   "예 정말이고 말굽쇼" "흠....그래? 여봐라,
그 배나무골이라는 데 사는 강좌수를 불러  들여라." 저녁 반나절이나 되어 강좌
수를 데려왔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끌려온 강좌수는  겁에 질려  얼굴도 들
지 못했다. 이목사는 들은  얘기가 생각나 절로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고 물었
다. "자네는 무슨  죄로 예까지 온 줄을 알겠지?"  "예? 저는....아무 것도 모릅니
다." "분명 딸이 다섯  있겠다?" "예? 예...." "막내딸의 나이가 올해 스무  살이라
지?" "예? 예....." "그렇게 과년한 딸들을 다섯식이나 두고 출가시킬 생각을 안하
니 인륜에 큰 죄임을 모르는가?" "사실 저희 집이 워낙 가난하여 혼수를  장만할
길이 없어 그리된 것이옵니다" 딸들이 하던  좌수 놀이와 똑같은 순서요, 똑같은
줄거리였다. 목사와  장쇠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좌수 놀이를
하며 불러대었다는 총각들과 결혼을 하도록 주선해  주었다. 동헌 대청에는 다섯
쌍 부부의 합동 혼례식이  벌어 졌다. 그 이색 결혼식을 보려고  동헌 뜰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장쇠는 별로 신바람이 나지 않았다. 알 수 없
는 쓸쓸함과 서운함이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스며들어  공연히 술 투정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물론 정작 자기는 장가를 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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